2010년 벽두부터 세계는 자살폭탄 테러 소식, 테러에 대한 강력한 응징 천명 등 테러와 관련된 뉴스로 우울하다.
새해 첫날 파키스탄 배구경기장에서의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105명이 사망했고 구랍 30일 아프간 중앙정보국(CIA) 기지에 대한 폭탄테러는 CIA가 고용한 현지 정보원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테러 대응을 위한 세계의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탄절 여객기 테러기도 사건의 배후로 알 카에다를 지목하면서 아프간 CIA 공격세력에 대한 응징을 다짐했다.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는 예멘 내 알 카에다 대처를 위해 주요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테러 서밋'을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추가 테러를 막기 위한 미 행정부의 행보가 본격화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성탄절 여객기 테러기도 사건의 배후로 알 카에다를 지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 휴가지인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가진 라디오 주례 연설에서 "용의자가 예멘에 다녀왔고, 알 카에다 조직이 그를 훈련시키고 폭발물을 준비해 비행기를 공격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알 카에다가 직접 사건 배후로 규정된 것은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테러기도에 연관된 모든 조직들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해 알 카에다를 비롯한 국제 테러조직에 대한 미국의 무력대응이 대대적으로 전개될 것임을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일 워싱턴으로 복귀한 뒤 5일 관련 부처 장관급 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국무부, 국토안보부,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 교통안전국(TSA)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함께 용의자인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가 폭발물을 소지한 채 보안체계를 통과한 경위와 여객기 탑승금지 명단에 빠진 이유 등에 대한 잠정 보고서를 7일까지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보들이 정보당국자들 간에 공유되지 않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문책이 뒤따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국토안보부는 미국행 항공기들이 이륙하는 전 세계 국제공항의 보안검색 강화를 협의하기 위해 관리들을 각국에 급파하기로 했다. 제인 루트 부장관을 비롯, 고위 당국자들은 이번 주부터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중동, 남미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 재닛 나폴리타노 장관도 곧 해당 국가들과 장관급 협의를 할 방침이다.
예멘 내 알 카에다 등 테러 집단에 맞서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영국은 예멘에 창궐하는 극단주의 세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정상회의, '테러 서밋'를 제안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이 1일 전했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극단주의 세력과 맞서는 예멘 정부를 국제사회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오는 28일 런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애초 이 회의는 아프가니스탄 파병국 등 43개국 대표가 참석해 증파 등 새 아프간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예멘 문제를 주요 의제에 포함시키자는 얘기다. 때문에 회의에서는 예멘 지역에서의 반테러 협력 강화, 예멘에 대한 재정지원 등이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은 지난해 7,000만달러였던 예멘 대테러 작전 지원금을 올해 2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3일(현지시간) 예멘 주재 미국과 영국 대사관이 여객기 테러기도 사건 배후인 알 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로부터 테러 위협을 받고, 대사관을 잠정 폐쇄했다.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예멘 수도 사나의 미 대사관은 홈페이지에 "테러 위협으로 대사관이 문을 닫았다"고 공지했으나 더 이상 구체적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대사관도 동시에 폐쇄됐다. 존 브레넌 미 백악관 국토안보 보좌관은 CNN방송에 출연, "알 카에다가 사나의 목표물을 타격하려 준비하는 움직임을 파악했다"며 대사관 폐쇄 이유를 설명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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