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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하토야마 담화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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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하토야마 담화를 기다리며

입력
2010.01.0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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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5엔이지만 내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금액이다. 51년 만에 받아 낸 이 돈을 손에 꼭 쥐고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승리는 저보다 열심히 집념을 갖고 싸워준 여러분의 노력의 결과이며 일본 여론의 성과다. 귀국해서 이 35엔을 같이 미쓰비시에 강제 연행돼 노동 중에, 또는 원폭으로, 그리고 귀국 후 죽음을 맞은 동료들 앞에 바치겠다."

끝나지 않은 전후 청산

일제 강점기 징용돼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나가사키(長崎)조선소에서 7개월 남짓 일하고 귀국한 김순길씨는 1996년 10월 일본 후생성으로부터 후생연금 탈퇴수당 35엔을 받았다. 화폐가치 변화를 감안하면 그 돈의 2,000배 이상이 마땅했지만 김씨는 이를 받아낸 것만으로 우선 감격해 마지 않았다. 수년에 걸친 청구 끝에 후생성 산하 사회보험사업소가 지급기준 해석을 변경한 것은 실제 지급이 있기 10개월 전이었다. 불과 35엔 지급에 시간이 걸린 것은 개인의 청구권 요구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완전히 소멸했다는 외무성의 제동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도쿄(東京)고등재판소에서는 한국인 4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강제징용자 미지급 임금 지급과 야스쿠니(靖國)신사 강제 합사 분리를 요구하는 소송의 판결이 있었다.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청구 대상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합사에 직접 간여하지 않았다" 1심과 똑같이 기각 판결이다.

일본 정부와 법원이 전후 피해보상 요구를 거부하는 전가의 보도로 삼는 청구권협정은 1965년 한일협정 당시 기본조약과 함께 성립했다. 일본이 한국에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를 지불하고 '재산, 이익 등 청구권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내용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토대로 그 해 12월 '법률 144호'를 제정해 '한국인이 일본국, 일본인에 대해 갖고 있는 채권은 소멸됐다'고 못까지 박았다.

홀로코스트 연구자인 마이클 베이질러 미국 채프먼 대 교수는 지난해 일본의 동아시아 전문 웹진 <재팬 포커스> 기고에서 독일과 일본의 정부ㆍ기업이 2차 대전 중 강제노동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의 차이를 이렇게 비교하고 있다. '1999년 미국 법정에 제기된 두 나라 기업에 대한 손해 배상 소송을 법원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똑같이 기각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독일 정부와 기업은 이 문제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 피해자와 협상을 계속해 나치 강제노동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기업, 책임, 미래재단'를 설립했다. 보상금 지급은 2007년 마무리돼 167만 명이 모두 43억7,000만 유로를 받았다. 독일은 법 뒤에 숨어서 도의적인 책임까지 면하려고 하지 않았다.'

한일 과거사 청산 노력 기대

일본의 정권교체를 한국과 아시아 각국이 환영하고 있다. 법을 앞세워 일제 강점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해온 자민당 정권의 외교를 재검토할 의지와 용기를 민주당 정권이 가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는 올해 일본은 다시 한번 그 역사가 남긴 응어리를 되돌아보기 바란다. 사회당 위원장이었던 무라야마(村山) 총리가 담화로 일본 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듯이, 하토야마(鳩山) 총리가 전후 보상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를 청산하고 한일 새 시대를 열어줄 새로운 담화와 정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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