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눈감옥 된 대한민국/ 미어터진 지하철… 차량 뒤엉킨 도로… 재난영화 보는듯
알림

눈감옥 된 대한민국/ 미어터진 지하철… 차량 뒤엉킨 도로… 재난영화 보는듯

입력
2010.01.04 23:40
0 0

4일 새해 첫 출근길은 한편의 재난영화를 방불케 했다. 육ㆍ해ㆍ공 심지어 지하로 뚫린 길도 막혔다.

폭설은 인구의 5할이 넘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다. 시민들은 차 안에 꼼짝없이 갇히거나 지하에서 뒤엉켜 교통지옥을 경험해야 했다.

믿었던 지하철마저 지옥철로

폭설이나 폭우 등 천재지변, 교통혼잡이 예상되면 으레 대안으로 이용되는 게 지하철이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예외였다. 연착과 지연, 혼잡, 단전, 고장 등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설상가상 한꺼번에 벌어졌다.

오전 8시께 서울지하철 1호선 인천행 열차가 남영역에서 고장이 나 15분간 멈췄다. 임성규 코레일 광역본부 차장은 "전동차 아래 있는 전기장치가 선로 위에 쌓인 눈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 잠시 전기가 끊겼다"고 설명했다.

오전 7시14분께는 서울지하철 2호선 열차가 역삼역 부근에서 약 2분간 정차하는 등 몇 분씩 잠시 멈춰선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관련기관은 "몇 곳을 빼곤 배차간격이 정상이었다"고 해명했다.

몇 건의 고장이 연쇄작용을 일으키면서 시민들이 체감한 고통은 더 컸다. 회사원 김현진(33)씨는 "전철이 가다서다를 반복해 30분이면 족한 길(가산디지털단지→시청역)이 1시간 넘게 걸렸다"라며 "1시간 동안 세 정거장 왔다고 푸념하는 승객들도 있었다"고 했다.

청량리역 역무실 직원은 "배차간격은 정상인데 오전 9시37분에 들어와야 할 인천발 열차가 오전 11시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인파가 지상을 피해 한꺼번에 지하로 몰린 것도 지하철대란을 키웠다. 역사와 플랫폼, 계단전체가 인산인해를 이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기약이 없는 지하철을 먼저 타기 위해 밀고 밀리면서 자칫 위험한 상황도 연출됐다.

회사원 이모(40)씨는 "8시30분께 사당역 2, 4호선 환승구간은 계단을 내려가는 데만 30분이 걸렸는데, 입구도 막히고 오르고 내려가는 이들이 맞물려 정말 끔찍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봉욱(29)씨는 "오죽하면 충무로역에선 '환불해줄 테니 바쁜 분들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달라'는 안내방송까지 하더라"고 했다. 정오를 넘겨서야 지하철대란은 진정이 됐다.

버스는 거북이, 택시는 사라져

도로는 눈 지옥 그 자체였다. 특히 야트막한 경사라도 있는 길은 앞 차가 넘지 못하거나 미끄러져 꼬리에 꼬리를 문 주차장으로 변했다.

지난달 27일 폭설 때도 심각한 정체를 빚었던 남산 1, 3호 터널은 이날 출근길에도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경찰청은 서울 15곳 등 전국의 도로 43곳과 고속도로 나들목 7곳이 통제(오후 2시 기준)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원 정성연(38)씨는 "마을버스가 동네 고개를 올라가는 걸 포기해서 한참을 걸어 내려와 버스를 탔다"라며 "큰 길은 제설이 이뤄지긴 했지만 워낙 눈이 많이 내려서 거의 기어가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차선이 눈에 덮인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동부간선도로 북부간선도로 등 주요 간선도로의 사정도 비슷했다.

새벽부터 눈이 쏟아진 터라 도로엔 평소보다 차가 많지 않은 상황, 그러나 택시는 잘 보이지 않았다. 택시기사 이모씨는 "새벽에 교대하러 개인택시를 타고 오는데 눈 때문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라며 "4시간 정도 운행해보니 사고가 날까 봐 잔뜩 긴장되고 불안해서 더는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 "택시 뒤 유리에 묻은 눈을 닦으며 운행을 부탁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늘도 바다도 막히고

김포공항은 2001년 1월 폭설 이후 9년 만에 항공기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청사 3층 항공편 안내 전광판엔 모든 노선마다 '결항'이란 글자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인천과 서해안 섬 등을 오가는 11개 항로와 충남 서해안 일부의 연안여객선 운항도 통제됐다. KTX와 일반열차 운행은 10~40분 지연됐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