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전 많은 전문가들은 KCC LG 삼성 세 팀을 상위권 후보로 꼽았다. 이들 팀들은 기존의 탄탄한 전력에다 용병에 버금가는 기량을 갖춘 전태풍(30ㆍKCC) 문태영(LG) 이승준(삼성)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간신히 5할 승률을 유지하는 5위 LG나 6위 삼성과 달리 KCC는 초반 부진을 딛고 모비스 KT와 함께 3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KCC가 최근 7연승과 함께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데 전태풍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포인트가드인 전태풍의 임무는 감독의 지시를 코트 안의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코트에서 공수를 지휘하는 것이다. 프로농구(KBL) 원년이던 1997년 SBS가 제럴드 워커라는 유능한 포인트가드를 영입했지만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부족 탓에 성적과 연결되지는 못했다. 그만큼 포인트가드는 힘들고 어려운 자리다.
전태풍이 한국농구에 빨리 녹아들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노력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전태풍은 처음 경험하는 숙소생활이지만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한국음식에도 거리감을 두지 않는다. 전태풍은 장어구이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올해 처음 선을 보인 귀화혼혈선수 가운데 전태풍은 가장 한국적인 선수다. 전태풍은 감독에게 꾸지람을 들어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경기 후 인터뷰 때도 전태풍은 한국말을 비교적 자유롭게 구사한다. 통역이 필요한 일부 혼혈선수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미국프로농구(NBA)를 경험한 특급용병이나, 용병 못지않은 기량을 갖춘 일부 혼혈선수들이 '생각만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조직력을 중시하는 한국농구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토니 애킨스'가 아닌 '전태풍'이 있기에 든든하기만 한 KCC다.
최인선 (전 SKㆍ기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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