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시즌 프로야구 각 구단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난제 중 하나가 용병 계약이다. 용병 선택이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는 '속설'은 '금언'이 된 지 오래다. 특히 지난해 KIA가 특급 오른손투수 아킬리노 로페즈(35)를 앞세워 12년 만에 우승을 거머쥐면서 나머지 7개 구단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로페즈는 14승5패 평균자책점 3.12의 눈부신 성적을 기록, 릭 구톰슨(33ㆍ13승4패 3.24)과 함께 최강 원투펀치로 이름을 떨쳤다.
KIA에 자극 받은 구단들은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앞다퉈 특급용병 찾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현재는 KIA와 롯데, LG 3팀만이 각각 1명씩의 용병 계약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 16개 자리 중 13개 자리가 주인을 찾았다. 이들 중 올해 '제2의 로페즈'로 그라운드를 주름잡을 '거물'은 과연 누구일까.
일단 KIA와 재계약한 로페즈는 제2 로페즈의 등장 자체를 막아 서겠다는 각오다. 2003년 토론토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 콜로라도-필라델피아-디트로이트를 거치며 6승6패 평균자책점 3.78의 준수한 성적을 낸 로페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프로야구 평정을 벼르고 있다. '2년차 징크스'를 극복하고 올시즌에도 완투 퍼레이드를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로페즈는 지난해 190과3분의1이닝을 소화하는 사이 4차례나 완투를 기록했다.
로페즈의 아성을 깨뜨릴 만한 후보로는 호세 카페얀(29ㆍ한화) 라이언 사도스키(28ㆍ롯데) 켈빈 히메네스(30ㆍ두산) 등이 꼽힌다. 전부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데다 어깨도 싱싱하다. 카페얀은 한때 161㎞ '광속구'를 뽐내던 기대주. 빅리그 통산 5승7패 4.89를 기록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발벗고 나서 데려온 사도스키는 지난해 6월 말 빅리그로 콜업된 후 16과3분의2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히메네스 역시 미국무대에서 잔뼈가 굵다. 빅리그 성적은 3승 6.82. 150㎞대 직구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 "올해 용병 중 이름값만 따졌을 때 로페즈 이상의 인물은 없다"는 야구계 전반의 시각은 그대로 들어맞을 수도, 완전히 어긋날 수도 있다. 관건은 적응. 김선우 서재응 등 '전직 빅리거'들은 "한국무대를 얕잡아봤다간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살아남는 법을 새로이 터득해야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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