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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년 기습 폭설에 두 손 든 행정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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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년 기습 폭설에 두 손 든 행정인프라

입력
2010.01.0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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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관측 이래 최고 적설량을 보인 것을 비롯,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새해 첫 출근길의 눈이었던 만큼 웬만하면 서설(瑞雪)로 받아들일 만했지만 이날 현실은 고통스럽고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 정도의 눈이면 웬만한 제설작업도 제대로 효과를 내기 힘들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전쟁과도 같은 상황을 치른 시민이 분명히 인식한 것은 비상상황에 대비한 국가 행정능력의 부재였다.

대통령이 탑승을 권유하지 않더라도 이미 서울 지하철은 말 그대로 지옥철이었고, 차량은 곳곳에서 멈추고 엉켰다. 간선도로를 포함한 어디서도 치열한 제설작업은 보기 힘들었다. 폭설지역 행정관서들의 해명은 대동소이했다. 예보보다 눈이 더 많이 와 인력 및 장비 동원에 차질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공직자들의 근무자세라는 점에서 이 같은 변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그토록 불신 받는 기상청 예보를 공무원들만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서울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불과 며칠 전 2cm 정도의 눈에 서울의 교통체계가 마비됐을 때 오세훈 시장은 "다른 건 몰라도 눈 치우는 일 하나는 제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똑같은 잘못을 저지른 그가 뒤늦게 삽을 들고 눈을 치우는 모습은 오히려 우스웠다. 시장좌판 펼치듯 온갖 곳에 전시성 사업을 벌이기보다 정말 시민생활에 중요한 행정시스템 구축 등 시정의 기본을 갖추는 일에 더 충실하기 바란다. 예보가 틀린 뒤에 늘 "예상보다 뭐뭐한 이유는…" 해가며 사후 설명이나 늘어놓는 기상청도 더 이상 무능과 무책임으로 국민의 실망을 키우지 말기 바란다.

새해를 출발하는 희망 찬 아침에 거꾸로 국가, 혹은 행정인프라의 여전한 낙후성을 확인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공직자들은 추상적인 경제수치나 업적 홍보보다 국민의 구체적, 일상적 경험이 정부 신뢰도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깊이 유념하고 대오각성하기 바란다. 새해 벽두의 폭설은 사회 구성원, 특히 공적 지위를 맡은 사람들이 자신의 직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눈은 앞으로도 계속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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