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은 지난해 대공황 이후 최대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하느라 정신 없는 한 해를 보냈다.
이제 간신히 위기는 탈출했지만 올해는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상호 공조를 통해 튼튼한 금융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들은 신년사에서 다양한 한자성어를 통해 이 같은 바람을 전했다.
우선 감독기관 수장들은 지난해 긴박한 위기는 탈출했지만 안심하지 말고 내실을 다지자는 당부가 많았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근고지영(根固枝榮) 천심유장(泉深流長)'을 강조했다.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고, 샘이 깊어야 물이 길게 흐른다'는 뜻. 진 위원장은 "이번 위기를 소중한 교훈으로 삼아 더욱 근본을 강화하고 내실을 다지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한국 금융의 선진화를 위해 초석을 다지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대국민 신년사에서 "안불망위(安不忘危)의 자세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전환기 감독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주역> 에 나오는 안불망위는 안정을 이루고 있을 때에도 마음을 놓지 않고 항상 스스로 경계함을 의미한다. 김 원장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신년사에서는 중국 송대(宋代) 시인인 육유(陸游)의 시에 등장하는 '유암화명(柳暗花明)'이란 시구를 인용했다. 유암화명은 봄철 버드나무 잎이 무성하여 그늘진 속에서도 밝은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표현한 것. 김 원장은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어간다면 보다 밝은 금융산업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주역>
직원들에게 협력과 최선을 다하는 자세, 변화하려는 노력을 당부한 단체장이나 CEO도 있었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아무리 적은 힘이라도 일치 협력하면 강적에 대항할 수 있다는 '군경절축(群輕折軸)'의 결연한 자세로 경제 재도약과 금융산업 선진화에 기여하자"고 당부했다.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은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이라는 바둑용어를 인용했다. 이 사장은 "눈은 항상 반상의 전체를 보아야 하지만 한 수 한 수는 작은 전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자"고 말했다.
신년사에 한자성어 대신 영어 구문을 사용한 단체장도 있다. 이상용 손해보험협회장은 신년사에서 직원들에게 "그 동안 관행에 젖어 고민 없이 업무를 수행하거나 현실에 안주해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지 끊임없이 반성하고 긴장해야 한다"면서 "2010년에는 모두가 각자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를 만들자"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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