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서민들 시름이 깊다. 물가는 꿈틀대고, 대출금리는 오르고, 더구나 고용시장엔 매서운 한파가 몰아칠 조짐이다. 올해 한국 경제가 4~5%대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잇따르지만,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할 수밖에 없다.
꿈틀대는 생활물가
3일 관련 부처 및 업계에 따르면 지표 물가 안정에도 불구하고 새해부터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 인상 소식이 잇따른다.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업체들이 국제 LPG 가격 상승에 따라 1일부터 LPG 공급가격을 10% 가까이 올렸다. SK가스가 충전소에 공급하는 가정용 프로판가스 가격은 ㎏당 1,001.63원에서 1,097.48원으로 9.56% 올랐고, E1의 경우 1,003원에서 1,095원으로 9.2% 인상됐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역시 1일부터 전국 매장에서 커피 등 15종 가격을 300원씩 인상했다. 톨사이즈를 기준으로 '카페 아메리카노'는 3,300원에서 3,600원으로, '카페라떼'는 3,800원에서 4,100원으로 각각 올랐다. 인상률로는 10%에 육박한다.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농축수산물 가격도 급등하는 추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달 대비 0.4%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농축수산물은 겨울철 한파 등의 영향으로 2.8% 급등했다. 주요 사립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여부도 물가당국의 관심일 수밖에 없다.
3월부터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되는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도 강한 인상 압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더구나 국제유가는 작년 배럴당 60달러 초반대에서 올해는 80달러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보여 물가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치솟는 대출금리
대출이 많은 서민 가계는 정초부터 금리 상승 부담에 울상을 짓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번 주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지난주보다 0.01%포인트 인상한 연 4.82~6.12%로 고시했다. 최저금리 기준으로 2008년 12월22일 이후 1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신한ㆍ우리ㆍ하나ㆍ외환은행이 이번 주 적용하는 금리는 지난달 중순과 비교하면 0.07%포인트 가량 인상된 수준이다. 연말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통해 잇따라 자금을 조달하고, 이 때문에 CD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에 연동되는 대출금리 급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가계대출이 700조원이 넘고 가계대출의 70%가 CD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출금리가 0.1%포인트만 올라도 가계의 이자 부담이 5,000억원 가량 불어날 수밖에 없는 처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본격 나서는 경우 한계선상에 있는 서민 가계 상당수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절기 고용 한파
서민 가계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하는 건 고용 한파다. 1월과 2월은 전통적인 고용 비수기인데다 올해의 경우 정부 일자리사업 중단 등으로 한파가 더욱 매서울 것이라는 걱정이 높다.
희망근로사업, 청년 인턴 등 정부의 일자리사업은 작년 11월부터 차례로 마무리된 상황. 이에 따라 작년 12월 1일부터 23일까지 실업급여 신청자 수(7만1,885명)가 전년 동기에 비해 37%나 늘어났다. 특히 올해는 정부 일자리사업 규모가 대폭 줄어드는 데다, 3월에서야 희망근로가 시행되는 등 동절기 공백이 불가피하다.
민간 부문도 마찬가지다. KT가 사상 최대 규모인 6,000여명의 명예퇴직을 단행하는 등 기업들의 명퇴 바람이 확산되는 모습. 특히 2월엔 50만명이 넘는 고교ㆍ대학 졸업생들이 사회에 쏟아져 나오면서 고용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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