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을 법정시한을 넘겨 처리하는 등 국회가 지난 연말 파행으로 치달은 바람에 가정형편이 힘든 서민대학생들만 피해를 입게 됐다.
각 대학의 등록이 본격화 하는 2월 이내에 선보일 예정이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의 이번 1학기 시행이 물리적으로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4일 "국회 연말 처리 불발 이후 여야가 ICL법안을 2월 1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를 했지만 입법예고와 부처협의 등 시행령을 준비하려면 3주 정도 걸린다"며 "2월 20일 쯤엔 신입생의 90%, 재학생의 60%가 등록을 끝내기 때문에 1학기 적용은 어렵고, 2학기부터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거치기간과 원금상환 등 상환조건 면에서 더 유리한 ICL을 이용하려던 수십 만명의 대학 재학생과 신입생들의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는 ICL이 시행될 경우 대출 신청자가 107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는데, 지난해 2학기 기존 장학금 대출 제도를 통해 대출 받은 학생 수(33만명)를 감안하면 ICL 시행 불발로 약 70만명이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ICL은 학자금 대출을 원하는 대학생에게 실소요 금액을 전액 대출해주고 소득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원리금을 분활 상환토록 하는 제도.
현행 학자금 대출제도는 거치기간에도 이자를 부담해야 하고 거치기간이 지나면 곧바로 원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소득이 없는 경우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문제점이 있어, 정부가 새롭게 제도를 도입했던 것이다.
하지만 ICL의 1학기 시행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우선 기존의 학자금 대출제도를 운영하고, 이후 ICL이 시행되면 기존 대출자들에 소급 적용, ICL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 ICL이 현행 대출제보다 대학생들에게 훨씬 유리하지만 신입생 등록 마감(2월 2~4일) 재학생 등록(20일 전후) 전에 대출이 어려운 만큼 1학기에는 현행 대출제도를 이용하고 이후 관련 법령이 마련되면 기존 대출분까지 ICL로 전환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주부터 대출재원 마련에 필요한 채권을 발행하는 한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출 신청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작년 말 예산 심사과정에서 ICL 법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한국장학재단이 작년보다 1조원 가량 많은 3조5,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해 둔 상태"라며 "이를 이용하면 40만~50만명의 학생이 현행 학자금 대출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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