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여성의 경제적 파워가 막강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여성이 정부와 기업에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영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신년호(2일자)가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여성들의 경제적 힘은 양적으로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그 대표적 지표는 취업자 성비다. 지난해 10월 미국 취업자 중 여성은 49.9%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몇 주 안에 사상 처음으로 50%의 벽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시아의 일본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일부 지중해권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여성의 경쟁력, 적응력도 주목할 만하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00년 이후 새 일자리 800만개 중 여성이 600만개를 차지했고, 미국에서는 최근 경기침체 이후 실직자 4명중 여성은 1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EU의 대학 학위의 60%는 여성이 따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여성 학위 취득자가 남성보다 200만명 이상 많다.
질적으로 향상된 여성 노동력은 정부와 기업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가장 활발한 북유럽 국가에선 탄력근무제가 보편화 되고 있다. 독일과 스웨덴 기업의 90% 이상이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2주 9일 근무 등 노동시간을 주 단위가 아니라 연 단위로 계산하고 있다. 여성들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재택근무 및 무급휴가 확대도 여기에 포함된다.
영국은행 바클레이즈는 최장 5년간 무급휴가를 허용하고 있으며, 미국의 IT업체 선마이크로시스템은 직원 절반이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정부는 공교육에서 육아부담이 분산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오후 수업을 하는 학교를 늘리고, 미국은 일부 공립초ㆍ중학교에서 여름방학 기간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와 기업의 고육지책에도 불구, 가사와 육아부담은 여성들의 성공에 여전히 큰 약점이고 미국 대기업 대표 중 여성은 2%에 불과할 정도로 '유리천장'이 건재하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30대 직장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으로 직장생활 초기에 잡았던 주도권을 잃기 마련"이라며 '풍요 속의 빈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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