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발생한 미 디트로이트행 항공기 테러기도 사건의 파장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각국은 그간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사용하지 않던 온몸 투시용 스캐너를 공항 검색대에 속속 도입하는 등 제2의 테러 대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에서는 '보안 실패'책임을 물어 정보기관 수장들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정가가 테러 후폭풍에 휩싸였다.
각국 전신 스캐너 도입 확산
용의자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가 폭발물을 숨긴 채 네덜란드 스히폴 공항 검색대를 유유히 통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각국은 공항에 전신스캐너, 일명 알몸투시기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네덜란드는 30일 스히폴 등 자국 내 공항에서 미국행 여객기 탑승자에 한해 전신스캐너를 이용한 검색을 실시키로 했다. 용의자의 출신국인 나이지리아도 전신스캐너 도입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유럽의회가 주민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이 검색기 설치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발표한 데 따라 도입을 유보했던 유럽 각국도 재고에 들어갔다.
토마스 드 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30일 "효율적이고 인체에 무해하며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그 때는 결정을 하겠다"고 밝혀 스캐너 도입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공항에 전신스캐너를 도입한 곳은 미국으로 현재 19개 공항에서 작동 중이다.
미 정가 책임 추궁론 확산
미 정보 당국이 테러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워싱턴 정가는 정보 담당자에 대한 책임 추궁론으로 들끓고 있다. 특히 9ㆍ11 테러 이후 정보를 취합 분석하는 역할을 맡은 국가정보국(DNI)의 데니스 블레어 국장과 테러 직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한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의 경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으로서도 책임 소재를 따지지 않을 경우 내년 초 건강보험 개혁 단일안 처리시 공화당에 정치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보 당국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적극 해명하고 있다. 중앙정보국(CIA)은 30일 "11월 용의자의 정부 테러리스트 데이터베이스 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국가대테러센터(NCTC)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저격수인 딕 체니 전 부통령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또 한번 백악관을 자극했다. 체니 전 부통령은 정치 전문 온라인매체 폴리티코에 보낸 성명을 통해 "사건을 지켜보면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전시상황이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이에 백악관은 30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체니 전 부통령은 사실이 아닌 주장을 하고 있다"며 "테러 용의자를 찾아내지 못한 시스템은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구축된 것"이라고 맞받았다.
미국 대테러 작전 예멘에 초점
용의자의 배후로 예멘 내 알 카에다가 주목 받으면서 미국이 본격적인 대 예멘 군사작전을 벌일 날도 멀지 않은 듯 하다. 미국은 30일 예멘 정부와 공조해 후다이다 지역 알카에다 근거지를 공격, 적어도 1명의 알 카에다 조직원을 체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살레 알 자와리 준장은 "알 카에다의 예멘 근거지가 없어질 때까지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미 정부는 알 카에다 소탕을 위해 예멘 정부에 군사ㆍ경제적 지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AFP통신은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미국이 2010년 대예멘 지원금을 지난해 4,030만 달러에서 6,300만 달러로 올릴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관리는 "미 정부가 지원금을 모으기 위해 유럽 동맹국들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밝혀 테러와의 전쟁 목표가 예멘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