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와 정조의 어필, 이황의 글씨 등 조선 전기 서예 작품들이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2005년부터 추진 중인 '동종(同種) 문화재 일괄공모 사업'을 통해 전국에 흩어진 조선 전기 서예 작품을 발굴, 그 중 20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 사업을 통해 2005년 백자대호(달항아리) 5건, 2006년 초상화 33건, 2007~2008년 옛지도 35건 등 총 93건을 발굴해 보물로 지정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서예 작품은 영조와 정조 어필 각 3건, 숙종ㆍ효종ㆍ인목왕후 어필 각 1건, 어찰집인 신한첩 2건 등 어필류가 11건이며, 한호(한석봉)ㆍ황기로 필적 각 2건, 이황ㆍ서거정ㆍ성수침ㆍ양사언ㆍ김현성 필적 각 1건 등 명필 9건이다.
16세기 문신 양사언(1517~1584)의 초서 작품(서강대 소장)은 당나라 저광의의 오언시 '낙양도' 5수 가운데 제1수를 쓴 것. 자유분방하고 도가적인 기풍을 지녔던 양사언의 성품과 서법을 잘 보여준다. 미친 듯 써내려갔다 해서 '광초(狂草)'라 불리는 양사언 초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명작이며, 조선후기 명필 이광사와 조명교의 발문이 붙어 있어 그 가치를 더한다.
영조 어필인 '숙빈최씨사우제문원고(淑嬪崔氏祠宇祭文原稿)'(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는 영조가 33세 때인 1726년 친어머니 숙빈 최씨의 생신을 맞아 숙빈묘에 올린 제문의 원고다. 낱장이 아닌 왕실의례용 공첩(空帖)에 직접 쓴 희귀한 예이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히 나타나있다.
정조 어필인 '신제학정민시출안호남(贐提學鄭民始出按湖南)'(국립진주박물관 소장)은 호남으로 부임하는 정민시(1745~1800)를 위해 정조가 써준 행서 칠언율시다. 정조의 서예적 기량이 가장 높았던 40세 때의 작품으로, 모란과 구름무늬 등이 화려하게 그려진 분홍 비단 바탕에 써서 더욱 예술성이 높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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