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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새해엔 정치를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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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새해엔 정치를 바꾸자

입력
2010.01.03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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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2000년 온 세계가 요란한 축제 속에 새천년을 맞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1세기의 첫 10년이 역사 속으로 흘러갔다.

새해를 맞는 가장 큰 축복은 개인과 사회와 나라가 꿈을 공유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함께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 꿈, 어떤 소원을 공유하고 있을까. 사람들마다 다양한 대답을 하겠지만, 나는 '정치가 바뀌는 것'을 새해 소원으로 꼽고 싶다. 그것을 '소원'이라고 표현할 만큼 절박한 느낌이다.

연말에 만난 많은 사람들은 국회 이야기를 하며 그야말로 치를 떨었다. 2009년 마지막 날까지 우리는 지치도록 정치활극을 구경해야 했다. 국회의사당은 난장판이었다. 곳곳에서 야당의원들이 농성을 하고, 여기저기서 욕설과 몸싸움이 난무했다.

여전히 개탄의 대상인 국회

연말을 평화롭게 보내려던 사람들은 TV를 켤 때마다 나오는 의사당의 난투극에 몸서리를 쳤다. 국민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렀고, 여야 없이 국회의원이란 존재 자체가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정말 이대로는 안되겠다, 국회를 어찌하면 좋은가 라는 한탄이 쏟아졌다.

연말마다 예산안을 놓고 벌이는 여야 대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전에도 12월 30일, 31일에 아슬아슬하게 예산안을 통과시켰던 적이 많다. 국회의원들은 이번에도 해마다 벌어지는 연례행사 정도로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국민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각 분야마다 숱한 난관을 극복하면서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정치분야처럼 무지와 억지, 몰상식과 몰염치가 통하는 분야는 이제 거의 없다. 정치는 가장 후진적인 분야가 되었다.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다른 분야에서 벌어졌다면 결코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특권의식에 갇혀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로부터 개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늘의 위기는 여야 모두에게 심각하지만, 나는 민주당에게 더 큰 위기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지난 2년여 동안 정체성을 세우지 못한 채 여당과 청와대에 사사건건 반대하며 시간을 낭비했다. 집권경험이 없는 운동권처럼 싸우는 것이 체질화했다. 오랜 독재를 겪은 한국인들은 '싸우는 야당'에 일단 점수를 주지만, 싸우는 것 이상의 능력을 키우지 않는 정당이 집권당으로 선택 받을 수는 없다.

민주당은 대운하와 4대강에 갇혀 허우적거리고 있다. 너무 오래 허우적거리다가 빠져나갈 기회와 출구를 잃었다. 그러는 사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중도 실용주의를 선언하고 서민 위주의 정책을 펴나가면서 자신의 색깔과 목표를 분명히 하는 데 성공했다. 기업인 출신다운 빠른 행보로 그가 아랍에미리트까지 날아가서 원자력발전소 공사 수주에 기여하자 국민 지지율이 52%로 올라갔다.

민주당, 4대강에서 나와야

"나의 임기 내에는 대운하 건설을 하지 않겠다. 4대 강 사업은 기후변화라는 세계적 위기를 맞아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며 대운하와는 관계가 없다"고 대통령이 거듭 선언하는 동안 민주당은 4대강의 보(洑) 숫자와 물 깊이를 문제 삼으며 예산안 통과를 막고 있으니 국민의 눈에 점점 옹색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새해가 왔다는 것은 좋은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빨리 출구전략을 세워 4대강에서 헤엄쳐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이겨 집권했음을 인정하고, 다수결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우려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마치 악(惡)인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삼선개헌(三選改憲)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만사 제치고 죽도록 반대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자신이 집권당이었으며, 앞으로 집권을 꿈꾸는 당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이 올해 한국정치를 바꾸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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