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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노동은 진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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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노동은 진보하는가

입력
2010.01.03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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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새해가 열렸다. 60년 만에 돌아오는 백호(白虎)의 해라 매우 희망찬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바람도 있다. 나라 경제는 분명히 호전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내가 몸담은 노동 분야도 2010년은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법대로 한다면 13년간 유예한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드디어 시행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뒤쳐지는 노동

이 두 가지는 노사관계의 지형과 문화를 바꿀 중대 사안이다. 그러나 이 글을 쓰고 있는 2009년 마지막 날에도 국회에서 보완 방안을 담은 법 개정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다. 말 그대로 내일을 모르는 답답한 형국이다. 지난 시절 노동은 그 단어 하나로 진보의 이상을 대변했다. 노동 운동은 민주화의 주역이었고 개인에게 노동은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배웠다. 그런데 어느덧 조직 노동의 앞날을 결정하는 복수노조와 전임자 관련법은 13년을 묵혀왔다. 그것도 모자라 내일 시행을 앞두고도 논쟁 중이다. 노동은 이제 그들만의 셈법이 복잡한 기득권 동네가 된 듯하다.

노동이 신성한 국민의 권리라는 것도 우리가 오늘날 중국이나 인도처럼 한창 고도성장을 할 때의 얘기다. 일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 귀천을 따지지 말고 열심히 일하자는 전제가 있었다. 오늘날은 성장은 이루어져도 고용은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을 걱정하는 현실이다. 대기업의 일자리는 해외에서 늘 뿐, 국내에서는 좀처럼 늘지 않는다. 사람을 쓰지 않고 생산하는 최신 설비방식이 관리비용을 덜고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절박한 구애를 해야 하는 정도가 되면, 노동은 가치실현을 위한 신성한 무엇이 아니라 인간의 생사를 가르는 원시적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노동은 진보하는가. 또는 노동은 진보의 주역인가. 내가 최근 몇 년간 고민한 화두이다. 연봉 1억 원 이상 고임금 근로자는 늘었지만 청년 실업자가 쌓인다. 노동 운동은 여전히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10%에 머무는 조직률을 갖고도 조직 내부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연대에는 실패하는 상황을 보면 노동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뒤쳐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혹자는 노동의 진부함이 노동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말한다. 일자리를 만들고 싶지 않은 나라가 어디 있는가. 우리 경제구조와 세계적 경쟁구도가 일자리를 제한하니 그나마 있는 일자리를 가지고 다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동 운동이 더 세련되고 합리적이지 못한 이유는 온갖 박해와 방해에 맞서 투쟁을 하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는가. 이런 이야기들이다.

나는 노동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는 것은 정부 기업 노조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구 때문에 우리가 이럴 수밖에 없다고 책임을 돌리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노동이 다시 생명의 언어, 참신한 상징이 되기 위해서는 다시 태어나는 고통을 치를 각오가 필요하다. 남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노력해 변화의 동력을 찾아야 한다. 각자에게 주어진 권리를 주장하는 시대에서 저마다 지켜야 할 윤리를 우선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권리보다 윤리에 충실해야

최근 중요한 두 사건을 목격했다. 노동 운동의 상징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독일의 노조 조직률이 20% 아래로 내려갔다. 세계화 시대의 다른 선진국처럼 독일 노동 운동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또 다른 사건은 노조 지도자 출신

룰라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이 세계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모든 지표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집권 초반에는 노조와 기득권층 사이에서 좌초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하거나 예측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런 예측이 그릇된 것이었음을 룰라와 브라질의 성공은 보여주고 있다. 왜곡과 편견을 물리친 참신한 사례이다. 모처럼 노동이 대접받은 그 비결을 배우고 싶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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