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갈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조만간 인력 감축과 사업 재편을 위한 대수술에 들어간다. 채권단 인수가 확정된 대우건설을 비롯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경영권도 사실상 채권단에 넘어갈 가능성이 큰 만큼, 지주사격인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을 주축으로 새로 비상하기 위해서다.
31일 금호그룹에 따르면 그룹 오너인 박삼구 명예회장은 30일 저녁 소집된 긴급 사장단 회의에서 "내부적으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외부적으로 수익을 획기적으로 창출해 그룹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자"고 말했다.
재계 서열 8위 그룹이 유동성 부족 사태로 좌초 직전에 놓인 상황에서 전 부문에 걸쳐 메스를 들이대지 않으면 그룹 전체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크게 인력과 사업 부문으로 나뉜다. 그간 상시 구조조정을 해왔지만, '선언적' 의미도 있는 만큼 고강도 인력 감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그룹 임원 250여 명(대우건설 제외)중 20% 정도가 줄고, 일부 사업 부문의 경우 직원도 감축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룹 측은"인력 구조조정 등은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진행할 예정이며 현재로선 확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채권단 관계자는"유동성이 크게 부족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경우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업영역의 틀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먼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진행 과정에서 위상이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다.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경우, 수익원이 확실한 부문만 유지되고 나머지 신사업은 잠정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건설 부문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호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집중할 만한 곳은 3개 계열사다. 합성고무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금호석유화학, 국내 최대 물류업체인 대한통운, 그리고 항공경기 악화에도 불구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아시아나항공이 63년 역사의 금호그룹을 다시 도약시킬 기업이다. 일단 구조조정 일정이 예정대로만 진행되면 오히려 새 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희망 섞인 분석이다.
금호그룹은 이런 구상에 기초해 연초 경영 계획의 밑그림을 그릴 예정이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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