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가 60여 년간 단종을 그리워하며 비운의 삶을 살다 간 정순왕후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었다. 정순왕후를 소재로 뮤지컬이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며,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뮤지컬을 제작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종로구는 조선 6대 임금 단종과 왕비 정순왕후의 사랑과 충절을 주제로 창작 뮤지컬을 제작해 내년 4월 대학로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구는 이를 위해 서울시 지원예산 등 8억8,000여 만원을 들여 지난해 말부터 뮤지컬 제작을 추진했으며, 영음기획이 공연 제작을 맡아 노래와 연기, 안무 등을 완성했다.
구는 뮤지컬 제작과 함께 최근 '동망봉'에서 '단종비 정순왕후 추모문화제'를 여는 등 곳곳의 정순왕후 관련 유적지에서 행사를 열었다. 종로구 숭인1동에 있는 동망봉은 '동쪽을 바라보며 님을 그리다'는 뜻으로 정순왕후가 동쪽을 바라보며 지아비를 잃은 슬픔을 통곡한 것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종로구에는 동망봉 외에도 '정순왕후를 동정한 여인들이 왕후에게 먹을 거리를 제공하던 곳'이라는 징표가 남은 숭신초교 앞 '여인시장터 표석' 등 유적이 많다. 구 관계자는 "종로구의 역사유적을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뮤지컬이라는 문화콘텐츠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정순왕후는 열두 살에 임금이 된 단종이 즉위한 지 1년이 되던 1453년 간택돼 이듬해 열다섯의 나이로 조선의 국모가 됐다. 그러나 단종이 수양대군에 의해 왕위를 뺏기고 목숨을 잃자, 그때부터 64년간 동망봉에 올라 지아비의 명복을 빌다 82세로 생을 마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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