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7일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로 황폐화했던 서해안 태안 일대의 생태계가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크레인을 실은 부선의 충돌이 태안 앞바다를 재앙으로 물들인 지 2년여 만이다. 다만 북부 해안 45㎞ 지역과 가의도 등 일부 도서 지역에는 여전히 기름기가 남아 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12월 태안 일대에서 실시한 유류 오염, 해양 환경, 해양 생물, 육상 생물 등에 대한 조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조사 결과, 해양의 용존산소(물에 녹아 있는 산소)와 수소이온농도(pH) 등 일반 항목과 식물플랑크톤의 생산량을 좌우하는 영양염류(바닷물 속의 염류)가 5년 전 수치로 회복됐다. 기름 성분은 해역수질환경기준 1등급(0.01㎎/L)보다 농도가 적었으며 중금속도 기준보다 낮은 농도로 검출됐다.
학암포와 연포의 해양 어류 종수는 2005년 각각 21종과 43종에서 2008년 15종과 32종으로 감소했지만 올해는 19종, 40종으로 증가해 사고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됐다. 특히 기름으로 오염된 곳에서 증가하는 엽상형 해조류인 구멍갈파래가 2008년에는 증가했지만 올해부터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성플랑크톤도 사고 이후 감소했다 올해부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 4만8,273ind/㎥에서 2008년 1만9,612ind/㎥으로 줄었지만 2009년에는 2만7,759ind/㎥으로 점차 나아지는 경향이다. 해초류 역시 지하부의 생물량이 점차 증가하해 전반적으로 회복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해안퇴적물 오염과 관련해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는 평균 17.12㎍/㎏로 사고 이전(13.7㎍/㎏)보다 다소 높았지만 국내ㆍ외 다른 조사 사례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원유 등에 포함된 200여 종의 벤젠화합물을 총칭하는 것으로써 이중 벤조피렌 등 16종이 대표적 유해물질이다.
또한 태안해안국립공원 북부 해안과 일부 도서(가의도 장고도 곳도 대청도 추도)의 경우 아직도 기름의 흔적이 남아있으며, 식물플랑크톤의 우점종(優占種ㆍ일정한 범위 의 생물군집 가운데 가장 숫자가 많은 종)도 2005년의 상태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무인도와 접근이 곤란한 지역 등에 대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66억원의 예산을 들여 생태계 복원에 주력했다. 향후 환경부는 태안 지역에 내년부터 2019년까지 173억원을 투입해 생태계 모니터링, 공원 내 탐방, 잔존유류 제거, 훼손지 복구 사업 등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태안 앞바다의 해양 수질과 어종이 회복 단계에 접어든 것은 130만 자원봉사자와 지역 주민들이 기름 제거를 위한 헌신적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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