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키비스트' 오성지씨 안내서 출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키비스트' 오성지씨 안내서 출간

입력
2009.12.31 06:14
0 0

아카이브는 다양한 문서, 영상물, 사진, 책 등 온갖 자료를 한 데 모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곳이다. 자료의 발굴, 수집, 정리, 복원, 보존, 활용이 아카이브의 기능이고, 그 일을 하는 전문가를 '아키비스트'라고 부른다.

국내 하나뿐인 필름 아카이브, 한국영상자료원의 오성지(41) 프로그램팀장은 아키비스트다. 최근 나온 그의 책 <필름 아카이브 이야기> (한국영상자료원 발행)는 필름 아카이브와 아키비스트의 세계를 자신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간략한 안내서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지만, 영화로 밥 먹고 살게 될 줄은 몰랐다는 그는 먼 길을 돌아 아키비스트가 됐다. 대학 약학과 졸업 후 미국으로 가서 다시 정치학으로 학사, 매스미디어 전공으로 석사를 했다. 필름 아키비스트로 입문한 것은 2001년 조지 이스트만 하우스의 셀즈닉 필름보존학교에서다. 제목조차 알 수 없는 오래된 영화 필름들의 정체를 밝혀내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하고, 손상된 필름을 원 상태에 가깝게 복원하고, 온도 습도 맞춰서 보관하고, 프로그램을 짜서 일반인들이 볼 수 있게 상영하는 일 등을 거기서 배웠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현재 영화박물관과 시네마테크를 맡고 있다.

조지 이스트만 하우스의 필름보관고에 쌓여 있는 필름들을 처음 보았을 때 그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100살 가까이 된 영화 필름들이 신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저 여기 있어요' 라고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는 이미지 곧 허상이지만, 필름은 직접 만져볼 수 있는 물질이라는 점에 반해 아키비스트가 됐다"며 "내 손으로 필름을 만지고 확대경으로 조사하고 영사기에 걸어 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고 말한다.

과거의 기록물을 다루고 후대에 전하는 아키비스트는 남들과 다른 시간을 산다. 그에게는 요즘 영화보다 무성영화나 1930년대 할리우드 영화, 황정순 최무룡 허장강 같은 1950~60년대 스타들이 더 친숙하다.

"영화는 기억의 저장고이고, 아카이빙은 시간을 저장하는 일이죠. 필름에는 역사와 삶이 담겨 있으니까요. 필름 보관고에 들어가면 필름들이 숨 쉬고 있는 게 느껴져요. 한국영상자료원이 서초동에 있던 시절, 비디오테이프 보관고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었죠. 옛날 이야기 들어보게 보관고 귀신 한번 만나 봤으면 좋겠어요."

필름 아카이빙은 아직 낯선 분야여서 학문적으로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고 가르치는 곳도 거의 없다. 그는 미국에는 조지 이스트만 하우스 외에 UCLA, 뉴욕대가 있고, 영국과 유럽에 한 군데 정도 있다고 소개했다. 필름 아키비스트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는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사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다면 누구나 아키비스트가 될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영화를 향한 열정"이라고 강조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