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 처리 과정은 지난 해 12월 야당의 반발 속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했던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풍경과 비슷했다.
하지만 해머 등이 동원되지 않았고 법안을 상정한 상임위원장이 여당이 아닌 야당 소속이란 점은 달랐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환노위원장은 이날 오후 회의실 문을 걸어 잠그고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자신이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한 뒤 법사위로 넘겼다. 회의실 밖에서 의결 소식을 들은 야당 의원들은 분을 삭이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은 "민주당 소속 위원장이 어떻게 여당 의원들과 함께 날치기를 할 수 있느냐" (민주당 김상희 의원)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등의 말을 하며 허탈해 했다.
충돌은 오전부터 예고됐다. 이날 오전 10시 환노위 전체회의에 앞서 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과 환노위원들은 추 위원장을 방문,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추인한 민주당안을 법안소위에서 논의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안소위원장인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이를 거부했다.
추 위원장은 오전 10시 40분께 법안소위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전체회의를 개회했다. 민노당 강 대표와 이정희 의원이 회의 진행을 막기 위해 의장석 주위를 둘러싸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환노위 소속 의원이 아니면 모두 퇴장하라"고 요구하며 고성이 오갔다.
추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면서 회의가 시작됐으나 야당 의원들은 오전 11시 50분쯤 전원 퇴장했다. 추 위원장은 여당 의원들과 논의하다 오후 12시 40분께 정회했다.
추 위원장은 오후 1시 50분 야당 의원들에게 속개 시간을 알리지 않고 회의를 열어 자신의 중재안을 상정했다. 뒤늦게 속개 소식을 들은 야당 의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경위들이 회의실 주변을 통제하고 있었다.
환노위 소속이 아닌 의원들과 외부인들의 출입을 막는다는 취지였으나 결국 야당 소속 환노위원 전원의 출입을 봉쇄한 셈이 됐다.
야당 의원들은 문을 두드리며 입장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후 2시12분께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회의실 주변에선 "추 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는 야당측의 성토가 이어졌고, 추 위원장은 산회 선포 직후 회의실을 빠져 나갔다.
야당은 일제히 "밀실 야합"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입법 심의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법안 처리 저지를 다짐하는 한편 추 위원장 징계방안을 거론했다.
김회경 기자
사진=오대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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