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늦었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용산참사 문제를 매듭짓게 돼 참으로 다행스럽다." 정운찬 국무총리의 말은 그대로 우리의 생각과 같다. 정 총리는 이어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총리로서 책임을 느끼며 다시 한번 유족 여러분들께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는데, 유족들이 요구했던 '정부의 사과'로 보아도 된다는 것 역시 우리의 생각이다.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철거민 농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농성자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 용산참사는 올해 내내 우리 사회에 짐과 멍에로 작용했다. 어제 정부와 서울시가 유족 측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키로 방침을 선회했고,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갈등과 반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을 우려하던 일반 국민들도 이 부분에서는 홀가분하게 새해를 맞을 수 있게 됐다.
용산참사는 공권력과 농성자의 충돌로 빚어진 일이지만 정부와 민간인, 행정권과 생존권, 도시개발과 철거민, 세입자와 재개발조합 등 원천적 갈등요소가 복합적으로 뒤엉켜 드러난 사건이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그만큼 해결의 절충점을 찾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정부의 사과'와 피해보상 문제를 서로 조금씩 양보해 합의에 이른 것은 일반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고 공감대와도 일치한다.
협상의 당사자는 범대위와 재개발조합이지만 제3자인 정부나 서울시가 해법의 열쇠를 쥐고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용산참사를 '철거민의 과실'로 규정해 보상 요구를 "관련 법이 없다"며 일축하고, 유족 측이 당사자 간의 협상보다 정권을 상대로 투쟁한 것이 사태 해결을 1년 가까이 지연시킨 중요한 이유다.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예방하기 위해 앞으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를 제시한 대표적 사례다.
누구의 과실로 참사가 발생했느냐의 문제는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최종 결과를 지켜보아야 한다. 그 동안 검찰과 피고인, 재판부와 변호인 사이에 반목이 심하여 재판 파행이 거듭됐으나 이번 합의로 보다 정상적인 재판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재개발사업에 대한 합리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용산참사는 사업성 확보를 위해 규정만 내세우며 재개발을 서두른 것이 근본 원인이다. 일본의 경우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세입자나 철거민에게 할당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이주비용과 영업손실 보전 등을 철거민과 재개발조합의 양자 협상에만 맡겨두고, 권리금 등 현실적인 이해를 당국이 도외시하는 상황에서는 힘을 앞세운 당사자간 대치와 폭력이 불가피하다. 재개발 보상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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