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이다. 수영 영웅 박태환(20ㆍ단국대)과 태권도 영웅 손태진(21ㆍ삼성에스원), 차동민(23ㆍ가스공사). 이들은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008년을 생애 최고의 해로 만들었지만 2009년 최악의 부진에 울상을 지었다.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박태환은 7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예선 탈락했다. 박태환은 "수영계 파벌이 많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해 국민을 두 번 놀라게 했다. 하지만 국가대표 가운데 유일하게 태릉선수촌을 출퇴근한데다 대회 직전에 화보를 촬영하는 등 훈련에 소홀했다는 게 수영계 중론이었다.
박태환이 부진하자 '연예인 만나고 다니다 망가졌다' '열정과 의욕이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심기일전한 박태환은 최근 휴대전화 끝자리 번호를 2010으로 바꿨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다시 정상에 오르겠다는 다짐. 대표팀 노민상 감독은 "태환이가 변했다. 내년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손태진과 차동민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실력과 체력이 세계 최고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전국체전 등에서 전자호구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끝없는 부진에 빠졌다. 부정확한 전자호구는 올림픽 챔피언을 평범한 선수로 둔갑시켰다. 일년 내내 부진의 늪에 빠진 손태진과 차동민은 결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세계선수권에 출전하지조차 못했다.
화끈한 홈런을 앞세워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을 일군 이승엽(33ㆍ요미우리)은 8번 타자로 밀리는 수모를 겪었다. 2할2푼9리, 16홈런, 36타점이란 초라한 성적표를 남긴 이승엽은 허리 통증까지 겹쳐 2군에서 지낸 시간이 많았다. 2010년 요미우리와 계약이 끝나는 이승엽은 부활을 목표로 내세워야 할 정도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모든 경기를 한 판승으로 장식했던 최민호(29ㆍ마사회)는 세계선수권 예선 2차전에서 탈락한 데 이어 어깨 부상으로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를 맞았다.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한 왕기춘(21ㆍ용인대)은 10월 나이트클럽 폭행 사건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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