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의 동지가, 국내에선 경쟁자로.'
400억달러(47조원) 짜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 수주에서 한전컨소시엄에 '동반자'로 참여했던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국내 원전수주에서 '맞수'로 만났다.
두 회사는 1조4,000억원짜리 국내 원전 사업 수주를 놓고 한치 양보할 수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자존심을 걸고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사업은 내년초발주예정인 신울진 원전1·2호기. 이 사업은 최저가 입찰을 배제한 발주처(한국수력원자력)의 '입찰금액 적정성심사'를 충족하지 못한 이유로 최근까지 세 차례나 유찰을 거듭하다 당초 연내 본입찰이 재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UAE 원전 수주를 앞두고 국내사업에서의 저가 낙찰이 해외 수주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발주처의 판단으로 이번 UAE 수주 뒤로 밀렸다.
입찰규모로 보면 UAE 원전의 4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신울진 1·2호 기지만 누가 수주하느냐에 따라 국내 원전시장은 물론 세계 원전 건설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점에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다시 만난 셈이다.
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우리나라 원전역사의 산 증인이다. 1972년 국내 첫 원전인 고리원자력 1호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국내 운영 중인 20기의 원전 가운데 12기를 성공적으로 건설하며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공능력 못지않게, 효과적 건설 관리를 통한 완벽한 품질도 현대건설의 강점. 현대건설은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원자력 1ㆍ2호기의 대표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고, 특히 국내에선 유일하게 가압경수로(PWR)와 가압중수로(PHWR)를 모두 다뤄본 노하우를 갖고 있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도 신울진 원전 사업을 놓고 "회사의 명운이 달렸다"고 강조할 정도로 이번 사업 수주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후발주자인 삼성물산은 선진공법을 무기로 진입장벽이 높은 원전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올라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울진 원전 5ㆍ6호기를 건설할 때 원전 탱크 용접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용접시공법을 선보이며, 탁월한 건설능력을 인정받았다.
삼성건설은 현재 신월성 원전 1ㆍ2호기와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을 잇따라 수주했으며, 여기에 적용한 선진공법과 공기단축의 경쟁력을 앞세워 신울진1ㆍ2호기 수주전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 역시 정연주 신임 사장이 취임후 가장 먼저 신울진 원전공사를 챙긴 것으로 알려지는 등 원전 수주를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제3의 후보들
UAE 원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다른 국내 건설사들도 이번 신울진 원전 1ㆍ2호기 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천억 달러 규모의 세계 원전 시장에 명함을 내밀기 위해서는 국내 원전 시공실적은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삼성물산 컨소시엄 외에 신울진 원전1ㆍ2호 수주에 뛰어든 컨소시엄은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건설 두산중공업 포스코건설)과 ▦대림산업 컨소시엄(대림산업 경남기업 삼환기업) 등 2곳. 사실상 해외 플랜트 시공 실적이 있는 업체라면 거의 모든 곳이 수주전에 발은 담근 상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원전 플랜트 공사는 건축ㆍ토목에 비해 발주 기회가 드문데다, 시공 실적이 향후 사업 수주와 직결되기 때문에 시공능력을 갖춘 건설사라면 누구든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며 "특히 이번 UAE 원전 수주로 해외 원전 수출의 길이 터진 만큼 앞으로 해외 원전 시장에 진출하려는 업체들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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