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연말 특별사면을 단행키로 한 것은 무엇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평창 유치를 위해 정부도 진력하겠으니, 이 전 회장도 유치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메시지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내년 6월 말 공식 후보도시를 선정키로 한 만큼 이 전회장이 특별 사면을 계기로 IOC 위원 자격을 회복해 책임과 역할을 다 해달라는 주문이다.
그간 체육계에서는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시도가 이번이 세 번째여서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유일한 국내 IOC 위원인 이 전 회장이 국제무대에서 뛰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여러 기업인들과 생계형 범죄자들을 함께 묶어 특별사면을 단행하던 과거 관행과 달리 이번에 이 전 회장만 단독으로 사면한 것도 이 같은 명분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면을 결정하기까지 청와대 내부에도 적잖은 진통이 있었다.
세종시와 4대강 문제 등 핵심 현안을 놓고 야권과 힘겨운 줄다리기를 벌이는 와중에 '재벌 총수를 위한 특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이 전 회장의 사면을 굳이 서둘러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내부에서는 예산안이 통과되고 세종시 수정안 문제가 마무리되는 음력 설날(2월 중순)이나 취임 3주년(2월 말) 정도에 실시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여기엔 세종시로 이전하는 기업 가운데 삼성그룹이 포함될 경우 '특사에 대한 정치적 보답'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고심 끝에 정면 돌파를 택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이 전 회장을 국제무대로 내보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원전 수주 등 잇단 호재에 따른 이 대통령의 자신감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이 전 회장을 사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평창 올림픽 유치에 실패할 경우 '정부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면 결정 과정에서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동계올림픽 개최 3수에 도전하는 평창을 온 국민과 함께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어려운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사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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