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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이제 불이 필요하지 않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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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이제 불이 필요하지 않은 시각

입력
2009.12.3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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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울 저수지 냉정하고

신중한 빙판 검게 얼어붙은 심연

날카로운 스케이트 날로 나를 지쳐줘

한복판으로 달려와 꽝꽝 두드리다가

끌로 송곳으로 큰 구멍을 뚫어봐

생각보다 수심이 깊지 않을 거야

미끼도 없는 낚싯대를 덥석 물고

퍼드덕거리며 솟아오르는 저 물고기 좀 봐

결빙을 풀고 나 너를 안을게

● 크리스마스 저녁에 친구네 식구들이 집에 놀러왔어요. 눈이 내리던 저녁이었죠. 자정 무렵까지 놀다가 집에 돌아가려고 친구가 콜택시를 불렀더니, 남아 있는 택시가 한 대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친구가 다른 택시회사에 전화했어요. 하지만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 기다리다 지친 아이들은 쓰러져 잠들었어요. 하는 수 없이 택시가 올 때까지 포도주를 마시기로 했어요. 친구의 아이와 제 아이는 동갑이지요. 두 아이가 태어난 2000년 크리스마스에도 눈이 내렸어요. 그때도 그 친구네와 함께 보냈는데, 밤에 배달음식을 주문한 일이 있었지요. 그 음식은 9년이 지난 지금도 배달되지 않았습니다만, 택시는 세 시쯤 왔어요. 복된 크리스마스랄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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