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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새해엔 악플 좀 줄었으면

입력
2009.12.29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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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서울을 찾은 중국의 월드스타 장쯔이를 만났다. 주연작 '매란방' 개봉을 앞두고서였다. 촉박한 일정에 피곤이 겹쳐서였을까. 어떤 질문에도 그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짧게 답했다. 지겹다는 둥 은근슬쩍 기지개도 켰다. 그런 그가 눈을 번쩍 뜨며 의자를 끌어당겼다. "한국에는 딱히 파파라치가 없다"는 말을 듣고 난 뒤였다. 해변에서 상반신을 드러낸 채 백만장자 연인과 함께 있는 모습이 파파라치의 렌즈에 잡혀 한바탕 곤경을 치렀을 때니 눈이 반짝일 만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일부 인터넷 언론이 파파라치의 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그 정도면 아직 심각하다고는 할 수 없다. 파파라치보다 네티즌 수사대의 취재망이 더 촘촘하고, 인터넷 댓글의 가학성이 더 무섭다.

얼마 전 고 장진영과 '청연'을 함께 한 영화인을 만났다. "'청연'때문에 장진영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그 영화인은 전했다. '청연'은 2005년 12월 개봉을 앞두고 친일인사를 미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많은 네티즌들이 감독과 출연진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았다. 영화는 흥행에 참패했다. 누구보다 규칙적으로 살며 몸을 챙겼던 장진영은 이후 술을 가까이하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 발병 사실을 알기 전 만난 자리에서도 장진영은 밤새 통음을 하며 "내가 뭘 잘못했냐"고 눈물로 반문했다고 앞의 영화인은 전했다. 댓글로 입은 영혼의 상처가 그의 이른 죽음을 불렀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여론 전달이라는 순기능도 있겠지만 다들 짐작하듯 댓글의 해악은 만만치 않다. '정치인과 연예인은 무플보다 악플을 좋아한다'는 우스개도 있으나 근거 없는 험담을 듣고 기분 좋아질 사람이 얼마나 될까. 4차원이라는 별명을 지닌 배우 A는 인터넷에 익숙하지 못해 자신에 대한 댓글을 접하지 못한다고 한다. "A는 악플 때문에 자살할 일 절대 없을 것"이라는 지인의 말이 우습게만 들리지 않는다. 지독한 가학을 언제든,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하다.

올해 악플의 주요 희생자 가운데 한 명이 장나라다. '하늘과 바다'로 대종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과정이 미심쩍다는 이유로 공격 대상이 됐다. 한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무심코 한 마디 던졌다가 "중국을 폄하했다"는 대륙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다. 수 차례 고개 숙여 사과 할 정도로 파장이 컸으니 마음의 상처는 깊고도 깊을 것이다.

한 해를 보내며 흔하디 흔한 바람 하나를 남겨본다. 내년에는 가학적인 악플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누군가는 또 되물을 것이다. 가학적이기는 기사가 댓글 못지 않다고. 아! 내년엔 좀 더 좋은 영화와 좀 더 나은 연기를 기대할 수 밖에….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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