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월드컵에 출전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호랑이 그림을 한 점씩 선물해 호랑이의 기상을 불어넣고 싶습니다."
호랑이 그림 1만 점을 그려 '호랑이 화가'로 불리는 이목일(58) 화백은 '경인년(庚寅年)' 새해를 맞는 기대가 크다. 호랑이를 그리기 시작한지 10년 만에 첫 '호랑이해'를 맞기 때문이다.
이 화백이 처음 호랑이를 그리기 시작한 때는 2000년 봄. 고양시 원당역 인근 마을회관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이 화백이 밤에 교외선 열차가 지나가는 것을 호랑이가 눈을 부릅뜨고 달려드는 것으로 잘못 보고 크게 놀란 뒤부터였다.
그는 호랑이가 무섭게 느껴졌지만 결코 사람을 해치는 호랑이가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 호랑이는 자연을 배경으로 재미있고 친근하게 그려졌다. 백두대간을 상징하는 등을 가진 호랑이서부터 인왕산 호랑이, 활짝 웃는 호랑이, 달빛 아래 포효하는 호랑이 등 그 모습도 다양하다.
그는 "처음 호랑이 그림을 그릴 때는 털까지 상세하게 실사(實寫)로 그려 이틀에 한 장을 완성할 정도로 시간이 걸렸지만, 점점 단순화되더니 1만 점에 가까워질 때는 물방울을 봐도 호랑이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하루 종일 호랑이 그림에 몰두하다 보니 나중에는 하루에 100장 가까이 그린 날도 생겼다"고 말했다.
3년 만에 호랑이 그림 1만 점을 완성한 이 화백은 2003년 한인 미주 이민 100년을 기념해 뉴욕에서 호랑이 1만 마리 전시회를 가졌다. 또 2004년엔 제주도에 온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본인의 이름인 '호랑이'를 1만 점 그린 화가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을 알고 1년 열두 달을 상징하는 이 화백의 호랑이 판화작품 12점을 사가기도 했다.
그는 "호랑이의 눈을 그리기가 가장 어려웠다"며 "영물인 호랑이의 혼과 기백이 눈의 모양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된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호랑이를 그려보니 우리에 갇혔던 동물이 풀려난 것처럼 해방된 기분이었다"며 "새해에 민족 혼이 담긴 호랑이의 웅대한 정신과 기운으로 우리 국민들이 나아간다면 안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달 29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그동안 그린 호랑이 그림을 모아 기획 초대전을 열 예정이다.
성시영 기자 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