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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특별한 새해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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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특별한 새해 희망

입력
2009.12.2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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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온다는 사실은 과거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준다. 누구나 한 해를 정리하면서 그 동안 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거나 만남을 기약한다. 마음의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에게 용서를 청하기도 하고 도움을 받았던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거리가 멀어서 만날 수 없거나 마음의 빚이 많아서 얼굴을 직접 마주보기가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연하장이나 이메일, 혹은 문자로나마 마음을 전해 거리를 좁혀보는 것은 어떨까.

고백성사를 통해 죄를 용서 받고 정신적으로 새로 태어나 순수한 마음으로 새 삶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만약 2009년과 2010년의 구분 없이 매일 매일이 그냥 이어진다고 상상해보라. 다행히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에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면서 '다시 한 번 시작해 보는 거야'결심하는 계기가 된다. 금연, 운동, 긍정적 생각, 봉사활동 등 어떤 것이라도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어 보자. 작심삼일(作心三日)이면 어떤가. 우리 마음에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은 갈구를 불러일으킬 수만 있다면.

우리 모두 삶과 죽음을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볼 틈도 없이 반복되는 위기 속에서 생존을 위해 바쁘게만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래도 한 해를 돌아보면 많은 사건들 중에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겨준 사건들이 있었다. 2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데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등 2009년은 유난히도 세상을 떠난 큰 인물이 많은 한 해였다. 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쳤던 그들이 우리 곁을 떠난 슬픔이 적지 않으나 국민에게 화합과 사랑의 교훈을 남겼다.

그뿐인가. 연세대 병원 김 할머니의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혼란과 의학적 판단의 불확실성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는가 하면 생명의 강인함과 인간으로서의 삶의 소중함도 일깨워 주었다.

인간은 동물적인 신체를 가지고 있지만, 지적 정서적 영적(靈的)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매슬로는 인간은 다섯 단계의 욕구, 즉 생리적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 애정과 소속 욕구, 자기 존중 욕구, 자기실현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이 비록 신체적인 쇠락은 피할 수 없을지라도 자아의식을 키우고 가르치고 배우며 창조적인 활동을 통한 지적 성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사랑을 나누는 정서적인 안정과 성숙도 도모할 수 있다. 자신의 가치와 양심에 따라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 역시 강하다.

웰빙에 대한 관심은 점점 강해지고 많은 언론이 지면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만, 다양하면서도 고차원적인 삶의 질에 관심을 가지는지는 의문이다. 온갖 건강식품과 웰빙 제품을 구매하고 미용수술을 받는다 하더라도 신체적으로 노화하고 병들어 가는 자연의 법칙을 역행할 수는 없다. 아무리 생리적인 욕구가 채워지고 외모가 만족스러워져 '잘 먹고 잘 산다'고 한들 진정한 행복이 달성되지 않는 것이 인간이다. 물질적인 소유만이 아니라 지적 능력과 따뜻한 마음, 그리고 영적인 공감을 꿈꾸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경제 회복과 함께 정신적으로도 우리의 삶을 쇄신하고 영적인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인간임을 체험하는 한 해가 되리라는 희망으로 특별한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책임연구원·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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