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의 수수료 문제가 또다시 논란이다. 얼마 전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중소상인들의 체감 수수료가 여전히 백화점보다 높다"는 상인 대표의 건의에 이명박 대통령이 "나는 상인들 편"이라며 "영세상인들에 대한 배려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한 뒤로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에게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사들과 모임을 갖고 연매출 9,600만원 이하 중소가맹점들의 수수료율을 백화점 수준(2.2~2.4%)으로 낮출 것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 초 영세ㆍ재래시장 가맹점 수수료와 최근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에 이어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하는 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모두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금융당국이 나서 압박하면 카드사들이 자율로 인하하는 듯한 모양새를 갖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업계는 결국 수수료를 더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중소가맹점들은 그만큼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힘든 쪽이 득을 보게 됐으니 잘 된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수수료율도 일종의 가격이다. 모든 가격엔 형성근거가 있는데, 이렇게 낮추라고 밀어붙이는 것은 곤란하다. 카드업계는 "결제망 설치 같은 각종 원가와 고객의 연체율 위험 등을 감안해 차등화된 수수료율을, 목표를 정해놓고 맞추라는 식의 접근은 시장원리에 반한다"고 항변한다. 한 카드사 임원은 "카드 결제율이 20%에도 못 미치는 중소가맹점에 수수료율을 대폭 낮춰줘도 혜택은 월 1만~2만원 수준으로 미미하다"며 "대신 신용판매 수익이 줄어드는 카드사는 결국 카드론 같은 대출사업에 열중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약자를 배려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서민을 챙기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접근방법은 좀 더 사려 깊어야 한다. 경제계에서 'MB노믹스가 변했다'는 얘기가 왜 자꾸 나오는지, 당국은 헤아릴 필요가 있다.
김용식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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