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서울 명동거리는 일본타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일본인이 다녀갔습니다. 이들의 쇼핑 습관을 자세히 살펴보면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많이 산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본인의 이런 쇼핑 패턴은 일본 국내여행을 할 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심지어 이런 쇼핑을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소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구입하는 물건을 오미야게(お土産)라고 부릅니다.
일본 대도시에는 이런 일본인의 쇼핑관습을 이용, 세계 각지 및 일본 전국의 오미야게를 모아 파는 전문매장까지 있을 정도이니, 이런 오미야게 문화가 얼마나 보편화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입하는 오미야게는 받는 사람이 부담스러워할 정도의 고가의 물건은 아닙니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이 대부분으로, 과자, 빵, 밑반찬 등 먹을 거리가 많고, 인형이나 조각품 등 그 지방의 특징을 나타내는 제품을 주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외국인의 눈에는 유별나기까지 하다 싶은 오미야게가 일본의 지역 경제를 살리는 든든한 힘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여행을 가는 곳마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구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켜주는 것이죠. 이에 대한 보답으로 지역 주민들은 그 지역이 아니면 접할 수 없는 진귀한 물건을 관광상품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KTX가 생기고, 고속도로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도 명실상부한 일일생활권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지자체들은 처음에는 시간적인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관광객들이 현지에 와서 많은 돈을 쓰고 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시간적인 거리가 좁혀지면서 현지에서 자고 가는 관광객이 줄어들게 됐고, 식사를 하는 사람도 자연히 감소했습니다. 현지인들은 "남기고 가는 것은 쓰레기뿐"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겨울방학과 휴가철이 시작됩니다. 이번 휴가 때는 현지에서 작은 선물 이라도 하나 구입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혼자서는 미약하지만 그런 마음이 모이면 지방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오미야게 문화처럼요. 지방화 시대,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어쩌면 아주 쉬운 곳에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창만 산업부차장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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