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선덕여왕'에서 어린 천명공주로 등장해 국민 드라마의 초석을 놓더니, 인기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어린 동생을 데리고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는 산골 소녀로 나와 험한 세상을 씩씩하게 헤쳐 나가고 있다. 스물살의 여배우 신세경.
누군가는 그랬다. 올 한해 가장 '핫(hot) 한' 남녀 배우를 꼽으라면 남자는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과 KBS 2TV 예능프로 '1박2일'의 이승기이고 여자는 신세경이라고. 그 만큼 데뷔 후 최고의 해를 보냈지만 정작 자신은"70% 만족한다"고 했다. 100% 만족할 때는 어떤 모습일지,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하는 그를 경기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만났다.
툭 치면 금방이라도 왈칵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큰 눈이 충혈돼 있었다. 바쁜 촬영 일정에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크리스마스와 올 해 마지막 날, 새해 첫 날에도 '지붕 뚫고 하이킥'을 촬영해야 한다는 그는 "촬영하면서 한 해를 보내고 맞는 것도 추억"이라며 배시시 웃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 대해 그는 "나이가 많은 분이나 젊은 분이나 여러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시트콤에 출연하는 것은 처음인데 "호흡이 짧고 빠른 것 빼고는 정극 연기와 다른 점이 없다"면서도 "어떤 때는 정극보다 120%, 150% 더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 마냥 웃음만 주는 것은 아니다. 배꼽 빠지게 하다가도 감동을 덫칠하고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넌지시 던진다. 얼마 전 가난 때문에 헤어진 아버지와 다시 상봉한 장면은 시청자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 '시트콤이 이렇게 울려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부족한 게 없는 가족의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그 속에서 가족의 부조화를 보여주려는 작품이기 때문에 유쾌하면서도 묵직하고 가끔은 허를 찌릅니다."
그는 시트콤에서 짝사랑을 하면서 마음 아파하는데, 그런 감정을 끄집어내 표현할 때는 실제로 힘들고 외롭다고 했다. 그만큼 역할에 몰입한 것이다.
올해 MBC 방송연예대상 코미디ㆍ시트콤 부문 신인상 후보에 올랐는데 수상을 기대하느냐고 묻자 손사래를 쳤다. "(황)정음 언니가 받을 것 같아요. 전 기대 안 해요."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신세경은 주인 집 가족의 온갖 심부름을 군말 없이 척척 해낸다. 실제로는 어떨까."요즘 집에 있을 시간이 거의 없어요. 설거지는 좋아하고 손빨래도 가끔 하는데 이불을 개거나 옷 정리는 잘 안해요."(웃음)
그는 "종 잡을 수 없고 약간 변덕스러우며 감정기복이 심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런 소개가 아니더라도 신세경과 잠시만 이야기해보면 그가 유독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신세경은 2004년 영화 '어린 신부'에 문근영의 단짝 친구로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운이 좋아" 데뷔했고 "연기가 꿈이었다"는 그는 청순함과 섹시함을 모두 지녀 '청순 글래머'라는 별명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별명이 마음에 들 때도, 안 들 때도 있지만 좋게 보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가끔 악용될 때는 짜증나기도 하지만요(웃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신비한 매력 때문일까. 그는 휴대전화, 화장품 등의 광고 요청이 쏟아져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간 학교(중앙대 연극영화과)도 휴학할 만큼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낸 신세경. "새해 소망요? 내년 2월 하이킥이 끝날 때 덜 슬프고 덜 공허했으면 좋겠어요. 늘 붙어 있다 한꺼번에 모두 떠나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요. 어떤 캐릭터로 어떤 작품을 하든 본연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게 바람이에요."
김종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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