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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 보호' 주도권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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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 보호' 주도권 다툼

입력
2009.12.2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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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는 금융위기 이후 급부상한 금융권의 화두이자 지상명제.

금융기관에 대해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소비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내에서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 금융소비자 보호문제를 놓고, 관련기관들이 '영역다툼'에 가까운 치열한 물밑대결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영선 국회 정무위원장을 필두로 '금융소비자보호원'(이하 금융소보원)을 신설, 관련 업무를 통합할 움직임을 보이는 데 반해, 애초부터 금융소비자 보호임무를 담당해 온 금융감독원과 한국소비자원은 제각각 "우리가 계속 맡아야 한다"며 결사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 기구의 설립은 전반적인 위기 후 금융감독 시스템 개편의 큰 그림과도 묘하게 얽혀 있어 자칫 제2의 한국은행법 공방과 같은 첨예한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김영선ㆍ권택기 의원이 낸 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 소위에 계류중인 상태. 발의 당시 목소리는 높았지만 아직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

다른 쟁점법안들에 밀린 탓도 있지만, 금융감독시스템 개편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잠시 대기중인 성격도 짙다.

그 사이 금감원은 발 빠르게 소비자보호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 10월 기존 조직을 소비자서비스본부로 확대 개편한 금감원은 28일 초대 본부장으로 문정숙 숙명여대 교수를 임명하고 본격적인 '영역 다지기'에 나섰다.

김종창 원장은 아예 내년 금감원 최우선 목표를 '금융소비자보호 변혁의 해'로 선언했을 정도.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업무를 취급하고 있는데, 별도의 금융소보원을 만들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별도의 금융소보원이 신설될 경우, 현재 금감원 인력의 4분의1이 떨어져 나갈 판이어서 위기감이 크다"고 전했다.

소비자원 역시 반대 입장이다. 소비자원은 금융소비자 문제만을 따로 떼어낼 것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보호의 큰 틀에서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소비자보호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마땅치 않고, 금융소보원이 별도 설립되는 것은 더 싫다는 입장이다.

김학근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은 최근 언론기고를 통해 "금융당국은 태생적으로 사업자 중심 시각으로 소비자 문제를 다루기 쉽다"며 금감원과도 각을 세운 뒤, "국가적으로도 소비자보호 조직을 분야별로 따로 두는 것은 행정적 비효율이 큰 만큼 철저하게 소비자 입장에서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소비자원이 금융 분야를 포함한 모든 소비자 업무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원의 상급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직 신설보다 관련 법제 정비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설에 드는 비용 대비 효과를 감안하면 기존 소비자원이나 금감원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최근 발표한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금융약관심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융약관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하겠다"며 스스로 금융소비자 보호와의 관련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문제와 관련한 정부측 입장을 대변하는 금융위원회의 공식 입장은 어정쩡하다. "원점에서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여당 정무위원장(김영선 의원)이 의지를 불태우는 법안을 쉽게 반대하기도 어려운데다, 산하에 신설기관이 생기는 것도 영역와 자리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에선 금융위와 금감원은 동상이몽인 셈.

기관마다 뚜렷한 입장 차는 내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또 한번의 '법안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소보원 신설은 필연적으로 소비자 관련 감독ㆍ검사권 분할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올 한은법 갈등도 핵심은 검사권 다툼이었는데 자칫 비슷한 벼랑끝 다툼이 재연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 문정숙 신임 소비자서비스 본부장 "소비자보호 미흡한 금융회사 현장조사"

현직 교수(숙명여대)출신의 문정숙(54ㆍ사진) 신임 금융감독원 소비자서비스본부장(부원장보)은 28일 "소비자들이 금융정보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비자 보호가 미흡한 금융회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문 본부장은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금감원이 건전성 감독에 치우친 나머지 금융소비자 보호업무에 소홀한 게 아닌가 안타까웠다"며 "금융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금융사의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고 결국 금융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소비자정보 제공 확대를 위해 금감원 홈페이지에 기능별로 분산된 소비자 관련 정보를 통합, 소비자정보포털검색시스템을 구축하고 공시 제도를 통해 금융사의 평판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정보도 적극적으로 제공해 건전 영업을 유도할 방침이다.

문 본부장은 숙명여대와 미국 캔자스주립대(소비자경제학 박사)를 졸업하고 한국소비문화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금감원 여성 임원으로는 이성남 전 부원장보(2001~2003년) 이후 두 번째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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