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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뒷심' 이창호 11번째 MVP 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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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뒷심' 이창호 11번째 MVP 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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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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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국내 바둑계 최우수기사(MVP)의 영광은 누가 차지할까. 매년 국내 바둑계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프로와 아마추어기사를 선정해 시상하는 2009바둑대상 선정 작업이 요즘 한창 진행되고 있다.

바둑대상은 연말까지 치러진 국내ㆍ외 기전 대국 결과를 토대로 바둑기자단과 인터넷 팬 투표를 거쳐 최우수기사상 감투상 시니어기사상 신예기사상 여자기사상 아마추어기사상 6개 경쟁 부문과 다승상 승률상 연승상 3개 기록 부문으로 나뉘어 내년 초에 시상되는데 이 가운데 기록 부문 수상자는 이미 정해졌다.

올 한 해 동안 줄곧 다승 및 승률 1위를 놓치지 않았던 김지석이 25일 현재 71승 20패(승률 78%)에 17연승을 달성해서 연말까지 남은 대국 결과에 관계 없이 3개 부문 모두 1위를 석권, 일찌감치 기록 부문 3관왕으로 확정돼 조금 싱겁게 됐다.

경쟁 부문에서도 올해는 예년에 비해 비교적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편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최우수기사상 후보에는 이창호 최철한 강동윤 김지석 등 4명이 후보로 올랐으나 대세는 이미 이창호 쪽으로 기운 듯하다. 지난 2년 연속 최우수기사상을 받았던 이세돌은 현재 휴직 상태여서 선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과거 세계 바둑계를 호령하던 절대 강자의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꾸준히 정상을 지키며 한국 바둑의 간판 역할을 하고 있는 이창호는 올해 상반기에 다소 부진했다.

응씨배 춘란배 후지쯔배 등 굵직한 세계 대회에서 계속 결승에 올랐으나 결정타 부족으로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삼성화재배서는 4강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컨디션을 회복해 LG배서 다시 결승에 올랐고 12월에는 국내 최대 기전인 명인전에서 우승, 국내 바둑계 최정상에 우뚝 섰다.

일부에서는 세계 대회서 잇달아 준우승에 그친 것을 부진이라 지적하지만 반대로 "세계 대회 준우승은 못 한 게 아니라 오히려 잘 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데다 바둑대상은 전통적으로 연말 성적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무난히 최우수기사로 선정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이창호는 1990년부터 2005년까지 모두 10차례 최우수기사상을 수상했다.

김지석 최철한 강동윤 등 다른 최우수기사상 후보들은 나름대로 한두 가지 강점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창호의 무게감에 훨씬 미치지 못한 다는 평이다.

우선 김지석은 기록 부문 3관왕에 한국바둑리그 MVP를 차지하는 등 올 한 해 동안 전반적으로 뛰어난 활약을 보였지만 물가정보배서 한 번 우승했을 뿐 큰 대회서 별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최근 천원전 결승전에서 박정환에게 3연패를 당한 게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올해 응씨배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최철한은 상금 수입이 6억원을 넘어서 '올해의 상금왕'에 올랐고 강동윤 역시 후지쯔배서 우승한 점이 인정돼 최우수기사상 후보로 거론되기는 했지만 크게 주목은 받지 못했다. 연말까지 진행되는 인터넷 팬 투표서도 벌써부터 이창호 쪽으로 표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기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기사에게 주어지는 감투상은 조한승이 유력하다. 조한승은 연초에 1회 비씨카드배 세계대회서 준우승했고 연말에는 14기 GS칼텍스배서 박영훈을 3 대 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이번 우승은 그동안 랭킹 5~6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면서도 결정적 찬스에서 자주 실족을 해서 '2% 부족'이란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붙었던 그가 군 입대를 불과 엿새 앞두고 거둔 쾌거라는 점에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45세 이상 기사를 대상으로 한 시니어기사상은 조훈현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57세인 조훈현은 비씨카드배서 내로라하는 젊은 기사들을 제치고 4강에 오르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시니어기사상 후보로는 이밖에 스카이바둑배서 주장으로 출전해 우승을 결정지은 서봉수나 역시 스카이바둑배서 6연승을 거둔 서능욱, 또 지지옥션배서 6연승을 기록한 안관욱 등이 거론되고 있다.

25세 이하, 입단 5년차 이하에게 주어지는 신예기사상은 당초 박정환(4단) 김승재(3단) 안형준(2단) 한웅규(2단) 등 여러 명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근 두 말 없이 박정환 쪽으로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졌다. 박정환이 천원전 결승전에서 김지석을 3 대 0으로 누르고 우승하면서 2관왕에 올랐기 때문이다.

여자기사상은 여류국수와 여류명인 타이틀을 한 손에 거머쥔 루이나이웨이가 단연 유력하다. 작년에 여자기사상을 받은 박지은 조혜연 등 경쟁자들이 올해 별 실적을 올리지 못해 루이가 사실상 단독 후보인 셈이다. 루이는 그 동안 4회나 여자기사상을 수상했다.

아마추어기사상은 전국체전 우승자 김현찬과 국무총리배 우승자 송홍석의 경쟁이 팽팽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현찬이 계속 국내 아마추어 랭킹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12월에 송홍석이 아마국수전에서 우승하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2009 바둑대상 시상식은 내년 1월 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사진=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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