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27일 "예산안을 연내 처리하지 못하면 사퇴한다"고 배수진을 친 것은 국회 수장으로서 여야의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한 극약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의장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주선하면서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정"이라며 국회 정상화 의지를 밝혔다. 동시에 사퇴 배수진을 김 의장 개인의 정치적 공간을 넓히기 위한 승부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 의장은 4대강 예산 문제로 대치해온 여야 사이에서 타협을 이끌어내려 애써 왔다. 그는 여야 지도부의 협상을 중재하는 한편 "예산안을 반드시 연내에 처리해야 한다"(21일) "대운하를 하지 않는다는 공동 선언을 하자"(25일) 등의 언급을 하면서 여야를 설득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야 강경파가 기존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아 성과가 나지 않았다. 자칫 예산안 연내 처리에 실패하면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등이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가뜩이나 김 의장은 미디어법 논란 등으로 야당의 공격을 받아 왔다.
때문에 김 의장이 사퇴 카드로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 끝난다. 김 의장이 당 복귀 이후에 대비하고 나아가 더 큰 정치를 하기 위해 자기 목소리를 내려 했다는 것이다. 김 의장이 여야 강경파를 압박해 막판 대타협이 가능하도록 일조한다면 나름의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 일부에는 "김 의장이 예산안 직권상정을 위한 명분 쌓기 차원에서 사퇴 카드를 거론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하지만 김 의장의 측근은 "예산안과 30여건에 달하는 예산안 부수법안까지 강행 처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여야가 반드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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