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이 한창이던 작년 여름, 한 선배가 심드렁하니 말했다. "금메달 따는 거야 나쁘지 않은데 왜 다들 그렇게 금메달을 이빨로 무는 동작들을 하는 건지…" 왠지 촌스러워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우리끼리만의 경기도 아니고 전세계 사람들이 다 지켜볼 텐데 자신이 다 창피스러워진다고 했다.
이로 물어 딱딱하면 순금인지 좀 무른 듯싶어야 순금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나도 금만 보면 무는 시늉부터 하고 본다. 선배는 좀 지쳐 보였다. 그것이 이 사회에 만연한 물신주의에 대한 진저리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그날 선배의 행동은 좀 과민하다 싶었다. 그때 이미 금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있었다. 그러고보니 큰애와 작은애의 돌 풍경도 무척 달랐다. 그 즈음 돌배기 선물로 일순위이던 금반지 선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너나없이 선물해 성의 없어 보이기까지 하던 금반지가 가까운 사이에나 주고받는 귀한 선물이 되어, 작은애 때는 부모님과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금반지를 받았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금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뉴스에 선배의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귀금속점을 하는 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불경기에는 금값이 뛴다고 했다. 대신 성수기 때는 나노에 쓰이는 은을 비롯해 동값이 뛰어오른다. 그것도 몰랐던 지난 여름, 아무래도 좋지 않았을 선배의 사정을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간 듯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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