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쓴 <청춘의 독서> 를 보면 그가 중고교 시절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알 수 있다. 대입 예비고사를 한 달 앞둔 1977년 가을 어느 토요일, 그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을 우연히 집었다가 책에 빠져 다음날 오후까지 한숨도 자지 않은 채 그것을 독파했다 한다. 랑케의 <젊은이를 위한 세계사> 같은 책도 고교 시절에 읽었다니 그의 만만치 않은 독서 이력을 알 수 있다. 젊은이를> 죄와> 청춘의>
그렇다면 지금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는 고교생이 얼마나 될까. 그들의 지적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영어, 수학 문제 풀기도 바쁜데 이런 류의 책을 읽을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중고생들이 다시 책을 읽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어쩌면 유시민 전 장관보다 더 많이 읽어야 할지 모른다. 입학사정관제가 대폭 확대되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는 학업성적 말고도 논리력, 창의력 등 잠재력을 평가해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인데 이때 학생들은 자신을 소개하는 자료를 학교에 내면서 대부분 독서 기록을 첨부한다. 학교 측으로서도 독서 기록은 그 학생을 판단하는 데 매우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출판 전문가들은 그래서 "향후 10년간 한국 10대의 독서와 그들을 상대로 한 출판은 절반 이상이 교육부 장관 또는 청와대 교육비서관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다른 영역 대부분이 그렇듯 독서 역시 또 다른 경쟁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다른 학생과 비교하며 한 권이라도 더 읽으려 할 것이고 그게 안 되면 요약판이라도 보려 할 것이다. 공부 시간을 줄일 수 없으니 독서가 추가 부담이 될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즐거워서, 자발적으로 하는 독서가 아니라 진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독서인 셈인데, 이렇게 해서라도 책을 읽어야 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박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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