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한 보병사단 주임원사 김모(51)씨는 2007년 강모 병장 등 소속 부대원들에게 황당한 지시를 내렸다. 담배를 끊지 않는다며 '담배를 코에 넣고 피우라'고 한 것이다. 김씨는 '금연에 도움이 된다'며 병사들에게 약초를 다섯 번 먹이기도 했다. 군 내무 생활에선 '하늘'같은 주임원사의 지시에 병사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김씨의 엽기적인 지시는 이뿐이 아니었다. 도로 표지판을 잘못 설치한 병사 2명에게 이마를 맞대게 하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이 담긴 컵을 올려놓는 식으로 체벌을 줬다. 또 병사들의 팔에 촛농을 떨어뜨리고, 손톱과 손등에 담뱃불을 갖다 대거나, 심지어는 강제로 벌침에 쏘이도록 했다.
군 검찰은 이런 김씨를 직권남용과 가혹행위, 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1심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코 흡연 강요 등 일부 혐의에 대해 "금연을 위한 것이고,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가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감경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김씨 행위는 훈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당한 범위 내에 있지 않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육체적 고통을 가한 것이 아니란 이유로 가혹행위로 보지 않은 원심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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