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새 정부 출범 초기 독자적 정권 운영을 추구했던 하토야마(鳩山) 총리가 불과 100일만에 민주당 실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정부 출범 초기 하토야마 총리는 과거의 교훈을 이야기할 때 "그 실패는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말을 반드시 입에 올렸다.
1993년 호소카와(細川) 연립정권이 불과 8개월만에 붕괴한 것을 말한다. 당시 신생당 대표간사인 오자와와 관방장관의 불화가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런 의욕은 10월 들어 하토야마 총리가 정치자금, 연립 문제 등으로 궁지에 몰리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당시 하토야마 총리는 두 차례 오자와 간사장과 독대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건 "(10월25일) 참의원 보궐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무리"라며 혼자서 좀더 해보라는 답이었다.
하토야마 총리는 보선 후에도 오자와 간사장과 얼른 만나지 못했다. 이례적으로 총리가 국회 간사장실로 찾아간 적도 있지만 자리를 비워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이달 초 오자와 측근과 관방장관이 만나 '한지붕 별거' 위기에 공감하고 다음 날인 4일 정국 운영과 관련한 '극비회담'이 마련됐다.
이 때를 전후해 하토야마 총리는 "비판 받을 걸 100% 알지만"이라면서 방일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과 일왕의 면담을 성사시키도록 관방장관에게 지시했다. "나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지만"이라고 말한 오자와 간사장의 발언에서 그가 이 면담 성사를 원한다는 것을 읽었기 때문이다.
최근 세제 개정에서도 '잠정세율 폐지'라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 쓰던 하토야마 총리는 결국 "그래서 안 된다"는 오자와에 승복하고 말았다.
이 신문은 당정의 역할 분담을 표방했던 하토야마 총리가 정권교체 열기가 식어가면서 오자와 간사장 없이 무력하다는 것을 자각했다고 보도했다. 그래서 과거 야당 때처럼 오자와와 연대해 가고 있다며 이는 하토야마가 오자와 힘에 의지해 정권을 운영하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하토야마 총리는 24일 자신의 위장 정치헌금 문제와 관련, 비서가 불구속 기소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지만 위장헌금은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사임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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