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거짓말이었다.
가정사를 들어 포항 스틸러스에 일방적으로 결별을 통보했던 세르지오 파리아스(42)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 알 아흘리와 계약했다.
알 아흘리는 26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파리아스 감독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도 알 아흘리 구단 발표를 인용해 포항을 2009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끈 파리아스 감독이 알 아흘리와의 계약 사실을 알렸다.
계약기간은 내년 1월부터 1년6개월이며 250만 달러(한화 29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아스 감독은 올해 포항과 계약이 만료되지만 포항은 지난 5월 일찌감치 2011년까지 연봉 40만달러에 2년간 재계약을 한 상태였다. 파리아스 감독과 알아흘리간의 계약이 1년 반임을 감안할 때 포항보다 4배가 많은 연봉을 챙긴 셈이다. 결국 파리아스 감독은 돈을 좇아간 셈이다. 최소한 포항과 한국팬들 입장에서 볼 때 파리아스 감독은 '명장 감독'에서 돈만 생각하는 '장사치 감독'으로 전락하게 됐다.
파리아스 감독은 돈도 돈이지만 신뢰성에도 흠집을 남기게 됐다. 축구 이적 전문 매체인 'IM스카우팅'이 이미 지난 14일 파리아스 감독의 이적을 예고했다. 이 매체는 당시 "파리아스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 알 아흘리와 예비 계약을 했다"면서 계약기간 1년6개월에 연봉 70만달러, 포항에 줄 위약금 40만달러 등 구체적인 계약조건까지 알렸다.
파리아스 감독은 당시 포항팀을 이끌고 클럽월드컵에 출전한 아부다비에서 이 보도 내용을 접한 뒤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파리아스 감독은 지난 19일 밤 클럽월드컵 3ㆍ4위 결정전이 끝난 뒤 "자녀 교육 등 가족 문제로 1년간 휴식을 하고 싶다"며 포항 선수단에 '시한부 결별'을 통보한 뒤 결국 알 아흘리와 계약했다. 과정과 결과를 놓고 보면 이미 정해진 각본이었고 여기에 궁색하게 가족까지 끌어들인 셈이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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