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명의의 통장을 이른바 '대포통장' 구매자에게 돈을 받고 넘긴 뒤 그 계좌에 입금된 남의 돈을 출금했더라도 절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절도미수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2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절도미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5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절취는 남이 점유하고 있는 재물을 점유자 의사에 반해 자신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며 "대포통장 명의인이 통장을 재발급 받는 방법으로 돈을 인출하려 한 것은 자신 명의의 은행계좌를 이용한 것이어서 애초 예금계좌를 개설한 은행의 의사에 반하지 않기 때문에 절취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가 돈을 받고 통장을 넘겨, 통장과 비밀번호 등의 양도를 금지한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확정했다.
이미 3건의 대포통장 개설 관련 전과가 있는 김씨는 올해 2월 인터넷을 통해 대포통장 구매자에게 10만원을 받고 통장과 현금카드, 비밀번호를 넘겨주는 식으로 모두 18개의 통장을 팔았다.
김씨는 며칠 뒤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를 통해 이들 계좌 중 하나로 3,000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알아내고, 이 돈을 빼돌리기 위해 통장을 분실했다면서 재발급을 받으려다 이 계좌가 이미 부정계좌로 등록돼 있는 바람에 은행 측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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