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달러는 인사청탁의 대가다."(검찰) vs "당시 공기업 인사는 청와대 권한이었다."(한명숙 전 총리측).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의혹을 둘러싼 검찰과 민주당, 한 전 총리 측의 장외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양측은 세부 각론에 대해선 "법정에서 밝힐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총론에서는 기선잡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내달 중순쯤 열릴 것으로 보이는 첫 재판에서 뜨거운 진실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을 석탄공사 사장 등으로 추천한 경위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한 전 총리측은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의 추천과 대통령 재가 등 적법한 인사시스템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한 전 총리는 인사에 관여한 바가 없기 때문에 곽 전 사장이 뇌물을 건넬 상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도 25일 "참여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경험으로 볼 때 대체로 공기업 인사는 청와대 인사수석실 주도로 이뤄졌다"며 "관여할 루트가 없었던 총리가 관련된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곽 전 사장과 주요 참고인들의 진술이 탄탄하다고 판단하면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곽 전 사장의 임명 과정을 둘러싼 추가 증거 자료도 확보했음을 내비쳤다. 검찰 관계자는 "곽 전 사장 추천 경위는 우리도 확인해 본 바 있다"며 "앞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판이 진행될 때 추천 경위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12월20일 총리공관 오찬 정황을 두고도 전선이 형성됐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서빙하는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총리실 식사자리에서 (청탁)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국회 법사위에서 100달러짜리 200장(2만 달러), 300장(3만 달러)과 두께ㆍ부피가 같은 종이 뭉치를 가지고 직접 시연을 하며 "5만 달러를 호주머니에 넣어와 한 전 총리에게 전달했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을 반박했다.
검찰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돈이 오간 사실만 명확히 밝히면 유죄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총리가 구체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을 입증할 필요는 없다"며 "공소 사실은 인사 청탁과 함께 돈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논쟁은 정치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청와대와 법무부를 항의 방문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2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진표 최고위원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끝까지 당 차원에서 법률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희정 최고위원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정상적 업무를 범죄행위로 몰고 가서 추론하고 단정하는 검찰과 언론 보도를 좌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한명숙공대위는 이번 검찰 수사를 "정치 공작"이라며 공동 대응 태세를 갖췄다.
기독교 신자인 한 전 총리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제껏 인생에서 겪어보지 못한 어처구니 없는 일로 성탄절을 맞지만 지금의 시련을 통해 저를 더 강하게 키우려는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이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인다"는 글을 올려 불구속 기소 이후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야권의 공세에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인측도 주장할 게 있으면 법정에서 밝히면 된다"고 말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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