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사상 최초로 원자력 발전소를 수출한다.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27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사업 프로젝트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UAE 원자력공사(ENEC)는 가격과 건설공기, 안전성과 운용실적 등을 종합 평가, 한전 컨소시엄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주에 성공한 UAE 원전 프로젝트는 1,400㎿급 한국형 원전 4기의 설계와 건설(200억 달러), 준공 후 60년 동안의 원전 운용 및 유지보수, 연료공급 (200억 달러) 등을 포함한 일괄 수출로 단일 수출계약으로도 사상 최대인 총액 400억 달러 규모다. 이로써 한국은 1978년 미국 기술로 고리 원전 1호기를 도입해 운용한 지 31년 만에 독자형 원전 수출에 성공했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조선 등의 분야에 이어 원전건설은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원전 수주는 무엇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이뤄진 꾸준한 기술개발의 성과다. 1984년 '원자력 발전 경제성 제고방안'이 중점 추진 정책으로 수립된 이래 관련업계는 전남 영광 3ㆍ4호기 건설에서부터 독자기술 개발과 적용에 힘써왔다. 그런 노력은 1,000㎿급 한국형 경수로(OPR 1000)를 거쳐 1,400㎿급 신형경수로(OPR 1400) 개발로 이어졌다. 한국형 경수로의 안정성은 중단된 대북 경수로 제공 사업의 주사업자 결정 단계에서 확인된 바 있고, 이번 UAE 원전 수주를 통해 국제적 인정을 받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강조해 온 실용외교의 뚜렷한 성과이기도 하다. 프랑스 아레바와의 경쟁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직접 UAE로 가 국가적 지원ㆍ보증 의지를 과시해 UAE의 결정에 힘을 실어 주었다. 기술력과 외교력이 결합한 대표적 모범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물론 한국이 완전한 원전 수출국이 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한전 컨소시엄에는 국내 건설ㆍ중공업 업체 외에 웨스팅하우스와 도시바 등 외국 업체가 참여했다. 이들 외국업체가 맡은 설계코드와 냉각계통, 제어계측계통 등 원전 핵심기술에 서둘러 다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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