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혼자 길을 가면서 키득대고 중얼대는 사람을 봐도 음, 통화중이군,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젠 길을 가면서 핸드폰 액정 화면을 자신의 이마 높이쯤으로 들어올리고 영상통화를 하는 이들에게도 익숙해졌다. 화면에 신경을 쓰느라 행인들은 안중에도 없다. 저러다 실족이라도 할까봐 보는 이가 다 조마조마하다.
영상통화 때문에 아내에게 더이상 거짓말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남편들의 불만도 늘고 있는 모양이다. 이쯤 되면 예전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고나 할까. 어릴 적 공상과학 영화에서 등장하던 이 영상전화에 신기해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던 건 집안에서는 어떡하나, 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귀가하자마자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질끈 머리부터 묶고 보는 나로서는 반갑지 않은 물건이다. '건어물녀'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을 것이다.
영화 '호타루의 빛'을 통해 알려진 '건어물녀'란 일에 지쳐 연애는 뒷전, 집에 돌아오면 편안한 차림으로 맥주에 오징어 먹는 것을 즐기는 여성을 일컫는다. 연애 세포는 건어물처럼 말라버렸고 최근에 가슴이 두근거렸던 기억은 계단을 올라갈 때가 전부다. 3G, 3세대라 불리는 이 영상전화기의 파급 속도는 빠르다. 하루의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이젠 어렵게 된 것일까. 한동안은 구식이더라도 지금의 휴대폰을 고수하는 수밖에는 없을 듯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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