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의회에서 여의도 국회 못지않은 추태가 벌어졌다. 정례회 마지막 날인 21일 본회의장 출입문 손잡이에 의원의 전동휠체어를 쇠사슬로 묶는 바람에 회의가 무산됐다. 앞서 의장은 집무실에 14시간 이상 감금돼 있었다. 광주ㆍ하남시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통합의견안 상정과 의결을 막기 위한 폭력이었다.
지방의회의 폭력과 추태는 어제오늘의 얘기도 아니고 특정 지역의 모습도 아니지만 성남시의회는 정도가 지나쳤다. 더구나 사흘간의 의사일정 연장이 가능했는데 그렇게 의견안을 무산시키고 그들 중 일부는 이튿날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났다. 유권자들은 이번 일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통합을 주관하는 행정안전부의 흐릿한 태도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지난 달 대상지역을 발표하면서 장관이 이틀 만에 내용을 번복해 정부와 지자체 사이에 불신이 쌓였다. 당초 행안부는 여론조사-의회 의견안-주민투표,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으나 시간과 비용이 부족하다며 의회 의견안을 사실상 최종 과정으로 설정했다. 그 바람에 찬반 의견안을 채택하기 위한 시의회에서의 여야 대립이 불가피해졌다. 행안부는 여론조사 찬성의견 하한으로 60%를 상정했으니 찬성률이 54%밖에 안 되는 성남시의 경우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
행안부는 아예 주민투표 부분은 빼버리고 "(시의회가)찬성하는 지역만 통합할 수도 있다"거나 "지방의회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의회 3곳이 다 찬성한 창원ㆍ마산ㆍ진해시의 경우 정부가 이미 통합특별법까지 입법예고했는데, 경남도의회는 통합의견안을 상임위 차원에서 부결ㆍ폐기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도의회의 의견안은 참고용일 뿐이라지만, 더 혼란스러워진 건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보아 지자체의 개편과 통합은 필요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하여 일관된 원칙과 방침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시한을 정해놓고 역순으로 일정을 진행하면서 어정쩡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제2, 제3의 '성남시의회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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