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곽영욱(69) 전 대한통운 사장이 법정에서 자신의 범죄사실을 시인하며 건강상 문제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선처를 호소했다. 곽씨는 앞서 18일 재판부에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곽씨는 한명숙 전 총리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넨 혐의로 추가 기소된 상태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한양석)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온 곽씨는 "검찰이 철저하게 조사했고,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며 힘겨운 목소리로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검찰이 주장하는 횡령액에 대해 사실관계를 다퉈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곽씨는 "경영 판단에서 (부외자금을) 조성했고, 검찰에서 조사받기 전까진 금액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덧붙였다.
곽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장에서 밝힌 횡령액은 31억2,000여만원인데 이중에는 회삿돈 뿐만 아니라 곽씨 가족들의 돈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변호인은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곽씨의 횡령액을 25억7,000여만원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변호인이 제출한 자료를 본 후 횡령액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이어 곽씨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곽씨는 구치소에서 열 번 정도 발작을 일으켰고, 앞으로도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어 전문의료기관에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한 곽씨에 대한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곽씨는 법정관리 중인 대한통운을 맡으면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지속적으로 수익을 발생시켰다"며 곽씨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다.
곽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거친 숨을 내쉬며 재판부의 질문에도 작은 목소리와 부정확한 발음으로 대답을 하는 등 지친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검찰 의견서를 받은 후 곽씨의 구속집행 정지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전날 기소된 한 전 총리도 같은 재판부에 배당됐다. 한 전 총리에 대한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곽씨가 횡령사건으로 이 재판부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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