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리, 나, 라, 말, 이, 중, 국, 과, 달, 라, 한, 자, 와, 는, 서, 로, 잘, 통, 하, 지, 아, 니, 한, 다, 이, 런, 까,닭, 으, 로…"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한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族) 소녀 비드리아나(16)양이 석판에 새겨진 훈민정음 해례본의 서문을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자, 주위에서 탄성이 터졌다. 소녀는 모음 'ㅏ' 대신 낯선 아래아(ㆍ)를 쓴 글자를 보고 다소 당황했지만, 주위 사람들 도움으로 발음을 고치더니 자신감을 찾은 듯 점점 목소리가 커졌다. 글 뜻을 설명 들은 비드리아나양은 "세종대왕이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 감동했다"고 소감을 밝혀 박수를 받았다.
아미룰 타밈 바우바우시장을 비롯한 찌아찌아족 서울방문단 9명이 방문 사흘째인 이날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만났다. 첫 날 동장군에 벌벌 떨었던 이들은 날씨가 풀리자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방문단은 동상 앞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타밈 시장은 "우리가 4~5개월 전쯤 한글을 도입했는데 세종대왕 동상이 그 즈음에 완성됐다니 매우 뜻 깊은 인연"이라면서 "한글이 하루빨리 우리 지역 언어로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방문단은 광장 지하에 있는 한글전시관 '세종이야기'로 옮겨서도 한글 낭독을 이어갔다. 비드리아나양과 삼실(16)군은 '인간세종' '민본사상' '한글창제' '소통성군' 등 세종대왕의 업적을 요약한 문구를 읽으며 신기해 했다. 타밈 시장은 비드리아나양이 전날 한글로 '찌아찌아'라고 쓴 방명기록을 전시관 벽에 붙였다. 이 벽 주변에는 서울시가 이들의 방문에 맞춰 찌아찌아족 한글교재 '바하사 찌아찌아'와 동판으로 제작한 비드리아나의 글씨 등을 전시한 '찌아찌아 한글이야기'관이 마련됐다.
시민들도 찌아찌아족의 방문을 반겼다. 초등학생들은 "우와, 찌아찌아족이다. 뉴스에서 봤어"라고 외쳤고, 시민들은 "안녕하세요" 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로이터통신 등 외국언론도 취재에 나섰다.
광장과 전시관을 둘러본 삼실군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크리스마스 때 눈까지 오면 더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드리아나양은 "한국인들의 열정에 감동했다. 인도네시아로 돌아가면 한글 뿐만 아니라 한국어 공부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방문단은 24일 지하철 탑승 체험, 25일 인사동 방문 등 일정을 마친 뒤 26일 출국한다.
강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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