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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과학강국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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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과학강국 호주

입력
2009.12.24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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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나라이자 대륙국이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 광대한 영토에 풍부한 광물자원을 갖고 있고 캥거루, 코알라 같은 희귀 동물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아치형 하버 브리지 같은 특수 건축물로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호주를 과학강국으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호주는 1915년 윌리암 브래그와 아들 로렌스 브래그가 방사선을 이용한 수정구조 분석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이래 올해까지 1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 중 10명이 과학(생리의학 포함) 분야 수상자다. 올해에도 호주 출신인 엘리자베스 블랙번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생리의학상을 받아 11번째 수상자가 됐다.

올해 3월 호주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시드니에 있는 뉴사우스웨일즈대 태양광연구소를 찾았다. 이 연구소는 실리콘을 이용한 결정질 패널의 태양광 흡수율을 25%까지 끌어올려 세계에서 가장 효율성이 높은 태양광 패널을 개발했다.

시드니의 청각장치 전문 제조회사 코크리어사는 1985년부터 정교한 인공청각장치를 생산해 전 세계 청각장애인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었다. 첨단기술이 적용된 청각장치를 연간 2만여 개 생산, 수출한다. 지금까지 7,000여 명의 우리나라 청각장애인들이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

시드니 인근 울롱공대는 나노 기술을 이용한 전도성 고분자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전도성 고분자 화합물은 햇빛 밝기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스마트 창문을 비롯해 유기발광 다이오드, 태양전지, 센서, 컬러프린트 등 광범한 응용이 가능해 차세대 신소재로 꼽힌다. 이 대학 전도성 고분자연구소는 전도성 고분자를 이용한 에너지 저장, 인공 신경근육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호주는 1차 산업 8%, 2차 산업 12%, 3차 산업 80%로 제조업이 매우 취약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강국' 명성을 얻은 바탕은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과학기술 진흥정책을 들 수 있다. 호주 정부는 대학 및 각 연구소의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에 대한 적절한 안배와 균형 있는 교육정책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진지한 관심도 빼놓을 수 없다. 매년 시드니 소재 호주박물관이 주최하는 유레카상은 호주 과학도들에게 큰 희망과 격려가 된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유레카 시상식은 출범 당시인 1989년만 해도 19명이 참석했으나 올해엔 900여 명의 과학도와 저명인사들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우리나라와 호주는 경제 규모가 비슷한 중견국가로서 최근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즈주 정부는 최근 청정에너지 사업 분야의 협력과 과학펀드 조성을 통한 공동 연구사업 추진을 제의했다. 전도성 고분자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첨단기술을 지닌 울롱공대도 우리나라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들을 위한 장학프로그램을 제의했다.

우리가 과학강국 호주에서 벤치마킹 할 분야는 많다. 동기 유발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교육정책, 과학기술 관련 대학과 연구소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지원, 전국적인 과학상 시상식 같은 격려 활동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정보기술과 호주의 응용과학이 결합하면 이상적인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김웅남 시드니 주재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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