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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자녀 성적 올리려면 '콧병'부터 치료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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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자녀 성적 올리려면 '콧병'부터 치료해 주세요

입력
2009.12.24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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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많은 데 성적은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고교 2학년 A군. 사소한 일에 짜증까지 잘 내 공부와 성격 모두 별로였고 부모와도 관계도 좋지 않았다. 알레르기성비염때문이었다. 그러나 치료를 시작하면서 짜증을 부리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A군 어머니는 "이번 기말고사 성적도 조금 오른 것 같다"며 "고3 수험 생활을 앞두고 원인을 찾게 돼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조중생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 어린이들이 알레르기성비염으로 생활의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는 어른보다 컸다. 조 교수는 "알레르기성비염 환자 329명 중 '알레르기성비염이 정상적 행동을 방해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미취학 연령이 73%, 취학 연령이 55%로 각각 나타나 성인의 35%보다 월등히 높았다"고 말했다.

알레르기성비염이 학업 성취도 낮춰

알레르기성비염을 앓으면 주의력과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초등학생 69명을 대상으로 화면에 나타나는 도형을 기억해 같은 모양의 버튼을 누르거나 그리는 연속 수행 주의력 검사를 시행했더니 빠뜨리고 답하지 못한 정도가 환자군(38명)은 평균 44.76점으로 정상군(31명)의 42.36점보다 높았다. 주어진 카드를 형태와 색깔별로 구분하는 위스콘신 카드 분류 검사에서도 환자군은 정답을 맞힌 정도가 76.9점으로 집계돼 정상군의 85.9점보다 9.9점 낮았다. 알레르기성비염으로 인해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것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환자들은 스트레스도 상대적으로 많이 받고 있었다. 알레르기성비염 환자 96명과 정상인 54명에게 수술이라는 스트레스를 줬더니 환자군은 수술 전 297.4CARR(활성산소 측정 단위)에서 수술 후 356.5CARR로 스트레스 부산물인 활성산소가 59.1CARR(19.9%) 증가했다. 반면 정상군은 269. CARR7에서 314.8CARR로 45.1CARR(16.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체육 활동, 학업 등 주간 활동과 수면에 방해를 받을 정도로 중등도면서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 증상이 1주일에 4일 미만으로 나타나는 간헐성 중등 고도군 환자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62점으로 가장 컸다. 같은 중등도지만 1주일에 4일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지속성 중등 고도군(56점)보다도 스트레스 점수가 높았다. 조 교수는 "이미 만성이 돼 증상에 어느 정도 적응한 환자와는 달리 간헐성 환자의 경우 더욱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골이 있으면 더 심해져

만약 잘 때 코를 곤다면 증상은 더 심각해진다. 알레르기성비염에 코골이와 같은 수면무호흡증이 같이 있을 경우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낮을수록 좋은 비염 관련 삶의 질 척도가 알레르기성비염과 수면무호흡증을 같이 앓는 군은 60.2점으로 알레르기성비염 한 가지 증상만 있는 군의 25.1점보다 배 이상 높았다.

두 가지 증상을 모두 보이는 학생들은 피로도 39.8점, 주간 졸림증 13.7점 등 학업 성취도를 낮추는 관련 지표들이 모두 알레르기성비염만 앓고 있는 학생보다 높았다.

부모 배려와 적극적 치료 필요

스트레스는 부모와의 관계 악화로 이어졌다. 부모들을 조사한 결과, 아이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폭언 횟수가 환자군에서는 3.27회로 정상군의 1.6회보다 배나 잦았다. 최근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지른 횟수도 3.41회로 정상군의 1.8회보다 배 가량 많았다. 조 교수는 "알레르기성비염이 있는 아이를 좀더 세심하게 배려하는 부모의 태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알레르기성비염은 원인 물질이 코로 들어가 과민 반응을 유발하면서 생기기기 때문에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게 급선무다. 경희대병원이 최근 3년간 알레르기성비염 증상 환자 1,122명을 조사한 결과, 집먼지진드기에 과민 반응을 보인 환자가 80.2%(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꽃가루가 34.5%였다.

집먼지진드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청결한 환경 조성이 우선이다. 집먼지진드기가 잘 서식하는 양탄자 소파 등은 최소한 1주일에 한 번 이상 진공청소기로 청소하고 베개 침구류 등에는 진드기가 통과하지 못하는 커버를 씌운다. 1, 2주일에 한 번 정도 60도 이상 온수로 세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꽃가루, 디젤 배출물 등 집 밖의 원인 물질은 사실 피하기 어렵다. 다만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혈관수축제 등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다. 과민 반응이 나타나지 않도록 면역치료, 지속적인 약물요법 등을 적극 고려해 봐야 한다. 조 교수는 "코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알레르기성비염 외에도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에 하루 빨리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코 막힘을 치료하겠다고 무분별하게 약물을 사용하다간 오히려 병을 키워 치료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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