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플루엔자의 위력을 경험하면서 인류는 돼지나 조류 같은 동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다시 한번 눈을 떴다.
수십 년간 동물의 몸에서 변형된 바이러스가 언제 또 인류의 건강을 위협할지 모른다. 과학계는 아예 국제 네트워크를 만들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연구에 나섰다. 타깃은 변종 바이러스의 원조 격인 조류인플루엔자(AI)다.
오스트리아와 철새 깃털 분석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한국과 오스트리아가 함께 진행하는 AI 연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IAEA는 1961년부터 101개국에 800여 개 관측소를 설치하고 한 달 간격으로 강우 시료를 채취해 왔다.
이를 토대로 세계 여러 지역 물에 들어 있는 수소와 산소 동위원소(화학적 성질은 같지만 질량이 다른 원소) 비율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다.
수천 ㎞를 이동하는 철새는 머물렀던 지역에서 마신 물의 동위원소가 깃털이나 내장 일부에 남는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오스트리아기술연구소(AIT)는 철새의 깃털이나 내장 조직을 채취해 이런 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한다. 측정 결과를 IAEA의 데이터베이스와 비교 분석해 철새의 기원과 이동 경로를 추적한다는 계획이다.
바이러스가 철새의 몸에 들어가 장거리를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과학자들은 철새의 이동 경로에 촉각을 세워 왔다. 지금까진 철새 다리에 위치추적장치를 매달아 날려 보내는 방식이 주로 쓰였다.
송규석 원자력연구원 원자력화학연구부장은 "장치가 무거워 새가 잘 날지 못하는 데다 장치를 달고 회수하기 위해 새를 잡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며 "이번 방법은 1㎜의 깃털과 동위원소 분석 장비만 있으면 돼 시간과 비용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른 나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연구 기반을 다져 국제 과학계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냐와 유전자 분석하고 미국과 백신 개발
케냐에 있는 국제축산연구소(ILRI)는 최근 아프리카 재래종 닭이 유전적으로 매우 다양한데 비해 한국 중국 유럽에서 개량된 닭은 유전적 다양성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프리카 닭의 유전적 다양성은 상업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국립축산과학원은 ILRI와 함께 아프리카 닭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부 종이 Mx라고 불리는 유전자에 다른 나라 개량종과 다른 돌연변이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Mx는 AI 바이러스에 대해 저항성이 있다고 알려졌다. 류재규 축산과학원 연구관은 "아프리카 닭 중 AI에 강한 품종을 선별해 AI 저항성이 높고 육질도 좋은 새로운 품종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명과학기업 VGX인터내셔널은 미국 회사 이노비오바이오메디컬과 함께 AI를 예방하는 DNA 백신을 개발해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임상시험을 신청했다.
실제 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해 만드는 보통 백신과 달리 DNA 백신은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유전자로 제조한다. 이를 몸 속에 주사해 면역력이 생기도록 유도하는 것.
신정임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향후 AI DNA 백신이 상용화하면 제조 기간도 짧아지고 여러 변종 바이러스를 한 번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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