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테러 용의자들을 수감해 놓은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8년 2개월 만에 풀려난 수용자가 "관타나모는 '지구상의 지옥(hell on Earth)'"이라고 끔찍했던 수용생활에 대해 증언했다.
소말리아인 모하메드 살레반 바레(44)씨는 미 법무부의 송환조치에 따라 지난 19일(현지시간) 고향인 소밀리아 하르게이사에 도착 한 뒤 AFP통신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수용소 동료들 중에는 실명, 또는 사지가 절단되거나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었다"며 "이렇게 살아 돌아올 수 있어서 신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바레씨는 "사람을 완전히 정신적으로 죽이는 고문 방법을 사용하곤 했다"며 "예를 들어 나흘 밤낮을 잠을 재우지 않거나, 하루에 비스킷 하나만 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또 겨울에는 담요 한 장 주지 않았으며, 일부 수용자는 폭행은 물론, 전기고문까지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미국은 왜 내가 체포됐는지조차 이야기해주지 않았다"며 "명확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바레씨는 미국 조사관들이 자신에게 소말리아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사람들을 알고 지냈는지와 같은 것을 집요하게 추궁했지만, 모두 증거가 없는 의심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바레씨는 2001년 9ㆍ11 테러 직후,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지 몇 주 만에 파키스탄 카라치 항구에서 붙잡혔다. 몇 달 후 아프가니스탄에 있던 미군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관타나모로 이송됐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인권유린 논란이 끊이지 않은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키로 하면서, 수용자들에 대한 송환과 이송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 법무부가 19일 바레씨를 포함한 아프간, 예멘, 소말리아 출신 수용자 12명을 본국으로 송환, 현재 관타나모에는 198명의 수용자만 남아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남은 관타나모 수용자들을 일리노이주 톰슨교도소로 이송하기로 결정하고, 부지 매입과 군사법원 건립 등 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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