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사적으로 지정한 삼국시대 고분군을 도굴해 토기 수십 점을 유통시킨 전문 도굴꾼 부자(父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2일 경남 함안 도항ㆍ말산리에 있는 고분 37개 중 2개에 매장돼 있던 삼국시대(AD 5~6세기) 토기들을 도굴해 장물업자에게 팔아 넘긴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등)로 전문 도굴꾼 박모(54)씨를 구속하고 박씨 아들(34) 등 2명과 장물업자 조모(68)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 전문 도굴꾼 3명은 2007년 7월 초부터 경남 '함안고분'두 곳에 매장돼 있던 삼국시대 단경호(短頸壺ㆍ목이 짧고 입 부분이 넓은 항아리), 고배(高杯ㆍ굽이 달린 잔) 등 토기 35점을 두 차례 도굴해 점당 10만~50만원을 받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총책을 맡은 박씨는 동종전과 5범으로 1973년부터 1993년까지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를 누비며 여러 차례 토기 등을 도굴하다 경찰에 적발된 전문 도굴꾼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은 끝 부분이 단단한 탐침봉으로 고분을 여러 차례 찔러본 후 토기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면 흙을 파내 도굴하는 수법을 썼다. 경찰은 "박씨 일당이 사용한 탐침봉은 하나에 25㎝로 여러 개를 연결하면 7m까지 길이가 늘어나 깊숙한 곳까지 닿을 수 있는 전문가용"이라고 설명했다.
회수된 토기는 감정결과 가야시대의 소국(小國) 중 하나인 아라가야의 유물로 대부분이 문화재적 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나선화 문화재청 전문감정위원은 "이 토기들은 짐작컨대 제기(祭器)로 사용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가야시대를 대표하는 화로 모양의 항아리 받침대 등은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범행은 박씨의 내연녀가 올 8월 경찰에 제보해 들통났다. 2007년 7월 함안박물관이 문화재청에 고분 관련 도굴피해신고를 한 지 2년 만이다. 경찰은 "고분 근처에 폐쇄회로(CC)TV 등이 설치돼 있지 않고, 장물취득업자들이 공소시효가 지난 10년 뒤에나 장물을 판매하기 때문에 잡기가 쉽지 않다"며 "국가 지정 문화유산에 대한 좀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수된 토기는 문화재청 조사를 마친 후 박물관 등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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